한국일보

이랬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2004-05-26 (수)
크게 작게
박명애(와잇스톤)

요즈음 TV에서나 신문에서 “사랑의 빚 갚기” 캠페인을 벌여 한 가정 한 아이 결연 맺기를 하고 있다. 하루에 1달러면 한 아이가 배불리 먹고 병원에도 가고 약도 가질 수 있다면서 적극 동참하기를 호소하는 탈렌트 박상원씨의 이야기가 6.25를 겪은 나로서는 가슴에 와 닿는, 아니 공감하는 이야기다.

헐벗고 굶주렸을 때에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었던 사람들, 폐허가 된 도시에 와서 몸을 아끼지 않고 수고했었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린 가난이라는 굴레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가 있지 않았던가.


이제 우리에게도 조금씩의 여유들이 생겨서 남을 위해서 사랑의 손길을 펴는 사람들도 생기고, 평생 모은 돈을 기꺼이 사회에 환원하는 이들이 있어 세상은 살만 하다고 느낀다.

이곳에 사는 우리는 보다 나은 삶을 개척하고자 이민이라는 단어에 몸을 실어 참으로 열심히 살고 있지 않은가.인간의 본 바탕은 사랑이 있을 것이다. 내가 사랑함으로 남도 나를 사랑해 주는 공동체의 역할을 감당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씩 위를 보고 살다 보니 아래를 내려다 볼 기회를 잠깐씩은 잊고 살았을 것이다.

1-866-625-1950.이 전화번호의 의미는 1950년 6월 25일을 기억하자는 뜻이란다. 엄청난 일을 겪고 살아온 50여년, 우린 먹을 것의 풍요함으로 먹지 못하는 자들의 배고픔을 모를 때가 있다.

우리 가게 앞에 늘 상주하다시피 하는 홈레스가 있다. 계절도 타지 않으며 남루한 복장에 길가는 사람들에게 손을 벌려 구걸할 때면 때론 먹다 버린 감자튀김을 주워 먹을 때면 나 역시 그에게 샌드위치 주는 것 조차도 괘씸할 때가 있지만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그 나름대로 수고를 하는 것이 아닌가도 싶다.

나 역시 1달러를 벌기 위해 뜨거운 불 앞에서 감자를 튀기고 잔돈을 안 내는 손님과 실랑이를 하면서 일을 한다. 그 1달러로 인해 나는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면서 열심을 내지 않는가.

헌데 며칠 전 TV 시간에 비추어진 한 장면을 보고 “이랬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랑의 빚 갚기 운동’을 하기 위한 모임이었나 보다. 모 식당에서 김혜자 권사를 비롯한 준비위원들의 모임이었던 것 같은데, 내 짧은 생각으로는 다른 모임도 아닌 1달러 모으기 행사를 하면서 굳이 식당에서 모임을 했었어야 했나 싶다.

뉴욕지역에는 많은 교회가 있지 않은가? 어느 교회를 빌려서 했었더라면 그 행사를 빛나게 하기 위해서라면 차 한잔이면 어땠고, 부페 음식이면 어떻겠는가. 식당에서 모임을 한다 해서 일반인들이 더 많이 참석하는 것도 아니었을텐데 빚 갚는 마음으로 모이자고 해 놓고 나부터 먼저 배 불러야 했다면 남는 음식은 어떻게 했을까 궁금하다.

그 모임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이왕이면 이 모임 만큼은 어떤 모임 보다도 솔선수범 했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 번 짚어 보았다.
1달러를 가장 값지게 쓴다 하는데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1달러를 벌기 위해 우리 이민자들은 오늘도 땀을 흘리지만 정녕 귀하게 쓰여지는 일에는 정이 많은 우리 한인들 모두가 동참할 것이라 믿는다.우리 가정은 이 캠페인에 동참, 3개 구좌를 결연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