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전시에 23일

2004-05-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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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일(취재부 부장대우)

‘Be careful what you wish for. It may come true’라는 미국 속담이 있다.이뤄지기를 희망하는 사항을 기원하기 전에 과연 그것을 진심으로 바라는 것인지 신중히 고려하라는 뜻이다.희망 사항이 현실로 이뤄진 뒤에 ‘아이고 이게 아니었는데’ 하고 후회하지 말고 여러 각도에서 잘 생각해 보라는 말이다.

미 연방 의회예산국(CBO)이 ‘주한 미군 재배치’ 문제를 연구, 분석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 19일 공개했다.보고서는 주한미군과 관련, 현 병력 유지, 절반 철수, 완전 철수 등 3개 틀에서 7개 옵션을 국방예산, 신속 대응력, 그리고 육군 자체에 미치는 영향을 상세히 비교하며 미국이 택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의 장단점을 비교했다.


보고서는 특히 “비록 행정부가 이같은 과감한 조치를 가까운 미래에 취할 의사를 시사하지는 않았으나 CBO는 독일과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거의 모든 육군이 돌아오는 2개 옵션도 연구했다”며 주한미군 철수에 따른 영향을 분석했다.

장비 관리 등을 위해 약 1,000명 병력을 남겨두고 육군 전군이 미국 본토로 철수하고 4,000명 1개 전투 여단을 한국에 순환 배치하는 옵션과 1,000 병력만을 한국에 달랑 남겨두는 옵션이다.

한국에서 반미 촛불시위 등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를 노래하는 현재 CBO는 사실상 주한미군철수가 미국으로서는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미국에 이로운 것이라는 조사내용을 보고했다.

단 CBO는 주한미군이 철수한 이후 북한이 한국을 공격했을 경우 현 한국 주둔 수준인 미군 2개 전투 여단이 한국에 긴급 투입돼 적과 대응하기까지 최소한 1주일이 걸리며 현 한국 주둔 수준의 1개 사단이 하와이에서 긴급 투입돼 적과 대응하기까지 최소한 23일이 걸린다는 것이다.

목청이 터져라고 주한 미군철수를 외치고 있는 한국인들이 전시에 23일이라는 시간에 대해 정말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봤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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