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열린우리당 초선의원 유감

2004-05-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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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오(우드사이드)

지난 13일 박관용 국회의장은 17대 국회의원 중 초선 당선자 187명을 대상으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초선의원 의정연찬회’를 열어 환영행사와 리셉션을 가졌다. 이 자리는 16대 국회의장을 마지막으로 정계를 은퇴하는 이임식(?)도 겸한 자리였다고 생각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 하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박의장이 환영사를 시작하자 7명의 열린우리당 초선 당선자들이 일시에 퇴장하고 다른 20여명은 이미 행사장 밖에서 박의장이 행사장을 떠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이 순간 주빈격인 박의장은 얼마나 당황했겠으며, 또 얼마나 무안했을까!


여기에 한술 더 떠 임 모 당선자는 박의장을 대학의 어용 총장으로, 강 모 당선자는 박의장의 환영사는 물론 식사마저도 같이 할 수 없다고 했다니 초대받은 손님이 주인 면전에서 이래도 되는가?

처음부터 퇴장할 마음이었다면 참석은 왜 했는가 말이다. 이런 얄팍한 심보로 주인을 망신시켜도 되는지 되묻고 싶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초선 당선자 중 30여명(대체로 관료 출신들이라 함)은 그래도 자리를 지켰고 또 탄핵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던 민노당 당선자들도 보이콧에 동조하지 않았다니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나는 열린우리당 초선의원들이 보인 옹졸하고도 천박한 돌출행동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분법적 논리로 따진다면 퇴장을 감행한 의원들은 애국자이며 충신들이고 이에 동조하지 않은 30여명과 민노당 초선 당선자들은 비애국자이며 난신적자들이란 논리가 성립된다고 하면 억지일까? 한 마디로 그들은 합바지란 말인가?

13일 현재 탄핵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 나기 전이었고 또 설혹 문제점이 있었다손 치더라도 연령상으로 보나 정치경력으로 보나 대선배이자 국회의장이 환영식을 한다는데 면전에서의 그같은 행동이 과연 국회의원으로서의 품위에 걸맞는 짓이었을까? 그 당시 헌재의 판결은 나지 않았으나 이미 기각 내지는 각하 결정이 나리라는 예측은 삼척동자도 다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당신들은 대승적 차원에서 상생과 화합, 대화정치 차원에서 그 환영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정도가 아니었겠는가? 77명의 초반 집단 퇴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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