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한국은 변하는데

2004-05-1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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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한국이 변하고 있다. 지난주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 기각과 제1 야당이던 한나라당의 약화, 그리고 민노당의 약진 등, 기성세대로서는 도저히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들이 한국에서 속속 빚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인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특히 대통령 탄핵 기각 후 앞으로 노 대통령의 변화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한국의 상황이 그만큼 급변
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이같은 변화는 87년 민중항쟁의 주역이었던 386세대가 이 시대 주인공으로 떠올랐고,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급속한 영향력이 주 요인이 아닌가 싶다. 이중 386세대가 이 사회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음은 이미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게다가 인터넷의 영향은 일단 실시간으로 정보가 전달되는 점 때문에 이에 따른 파급효과가 다른 어떤 매체보다 크
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인터넷은 돈 한푼 안들이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득권 세력의 자본력 없이도 신세대가 약진할 수 있는 최고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접하면서 현지의 많은 한인들은 ‘너무 급진적이다’ ‘앞으로 한국이 어떻게 될까’ 우려의 여러 가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를 크게 염려하고 싶지 않다.

이 시대 주역으로 떠오른 20, 30대 젊은이들이 예상외로 이중적인 면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표면상으로는 급진적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누구보다 문명의 이기를 누리고 취하는 세대이다. 때문에 막상 특정상황에 부딪쳤을 때 그들이 과연 자기 희생과 대가를 치르면서도 자신들이 누리던 안락이나 편의를 포기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인터넷 상에서 그들이 부르짖는 급진적인 의견이나 표현들은 완벽하게 익명성이 보장된 상태 하에서 어떤 말이라도 제재를 받지 않는 이유로 나올 수가 있다. 그러나 막상 금전이나 어떤 희생이 요구되는 정책이 펼쳐졌을 때 과연 이와 같이 그들이 급진적이 될 수 있을까.

예를 들면 북한의 용천역 폭발 사건만 하더라도 이들이 보인 평소 태도로 볼 때 엄청난 기금이 적극적인 참여로 모아졌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모아진 액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IMF 때 나라 살리기에 보여준 것과 같은 그런 대규모 모금 양상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점을 보더라도 우리가 너무 지나치게 우려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가 보는 대로 한국은 지금 분명히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그 변화의 속도에 대한 우려는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것만큼이나 그렇게 걱정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한국에서조차도 이제는 탄핵이란 단어가 더 이상 이슈거리가 아니라고 한다. 오로지 관심과 초점은 그 동안 정치권에서 계속 부르짖어 온 것처럼 엉망인 경제를 회생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언론을 통해 보더라도 이제는 좀 제대로 해보자는 것이 현재의 분위기다.
북한에 대해서는 지난 용천 사건이 ‘테러인 것 같다’ ‘의도적이다’ ‘자작극이다’ 등등 소리가 많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북한이 개방적으로 해외에 구호의 손길을 요청했다는 사실이다.

남한에서도 젊은 세대들이 북한에 교류강화를 모색하는 시도가 다양하다. 이는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이를 보면서 현지에서는 너무 진보적이다, 뭐다 하면서 우려하는데 과연 이런 변화에 우리는 교포로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들의 대열에 멀리서나마 인터넷상으로라도 동참, 본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나친 추측이나 기우, 근거 없는 우려로 고국을 바라보기보다는 본인 스스로가 인터넷에 들어가서 사람들과 교류하고 직접 변화를 체험하며 거기에 따른 교포로서 가진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조국인 한국이 하루속히 안정을 찾아 다시 한번 세계강국으로 도약하는 길이 한발 더 앞서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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