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정의 달, 효(孝)교육

2004-05-1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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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우(소설가)

몇년 전인가, 모 잡지에서 열린 교육에 대한 비판을 쓴 재미 교육학자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타이틀이 「미국식 열린교육으로의 개혁은 全학생들의 돌머리化, 국가의 깡통化를 재촉한다.」 였다.

내용은 실패한 미국식 초·중·고 교육법을 들여와서 이미 성공한 한국식 교육을 죽이려는 사대주의적 교육 개혁이며 허울좋은 개별, 자율, 인성교육은 버릇없고 게으른 학생들을 만들고, 학교를 정글로 변모시킨다는 것이었다.


그는 학생들이 함부로 교사에게 대들고, 행패를 부리며, 제멋대로 자라고 있는 미국사회의 병폐는 교육을 잘못 시킨 학교에 그 책임이 있고, 그것은 열린교육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실패한 교육방법인 열린교육을 도입하여 계속한다면 우리 학생들도 그 애들처럼 그렇게 변할 것이고, 또 국가적인 발전도 없을 것이라는 걱정 반, 공갈 반의 기사였다.

기사 중간 중간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으므로 그가 제시하는 대안을 기대하며 읽어 내려갔다. 그러나 그의 대안은 주입식·암기식 교육으로의 회귀였다. 한 마디로 실망했다.

때로는 주입식도 암기식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창의력 개발이고, 도덕관의 확립과 실천이며 자신이 행복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준비 차원의 교육이라는 점이다.

그 학자의 말마따나 인적 자원이 전부인 나라에서 교육을 소홀히 하면 우리의 장래는 뻔하기 때문에 잘 키워보자는 발상인줄 안다. 그러나 사실 미국도 열린 교육방법으로 학생들의 사고력과 창의성을 발달시켜 오늘날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벤처사업과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 우리는 미국에서 살고 있고 싫든 좋든 미국 교육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자녀에게 인간 교육, 내가 찾고 일구어내는 학습, 자신의 행복한 삶을 위하여 투자하는 공부, 봉사하며 사는 세상, 다정하게 더불어 사는 습관 키우기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그의 우려를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문제는 열린 교육의 병폐를 해소하는 방안을 찾는 길이다. 그것은 인성교육의 충실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물은 터주는 대로 흐른다고 한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병이 깊어지기 전에 사람이 되는 교육을 병행하면 이제 시작하는 병쯤은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효행은 만행의 근본이라고 했다. 그 방법은 먼저 우리의 전통을 소중히 계승시켜 뿌리교육을 확실히 하고, 선조들이 서당에서 배웠던 사자소학 등을 정신교육으로 지켜나가자는 것이다. 그 다음에 체험을 통해서 자기 자신의 감정이나 신체를 관리할 줄 아는 극기의 교육도 하고, 공동체에서의 질서교육과 대인 이해 교육도 더 확실히 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돈과 물
자를 관리하는 경제교육도 이론이 아닌 실천 위주로 챙기면 그네들의 뿌리와 우리의 뿌리가 다른 만큼 효과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먹고 사느라 가정에서 배우고 익혔어야 할 효(孝) 교육을 등한시한 것이 사실이다. 유교사상을 가진 조상들의 슬기는 외면했고 다가오는 서양문물에 휩쓸려 살다가 정작 중요한 조상의 얼을 챙길 시간적, 시대적 여유가 없었다는 것을 자인한다. 그 결과 우리는 패륜아(悖倫兒)를 주변에서나 언론을 통해서 보아왔고 불효자는 바로 자신(自身)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이론으로만 똑똑한 사람을 키웠기 때문이고 부모의 과잉보호로 너나 없이 안하무인(眼下無人) 격인 사람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요즘의 젊은 부모들도 그 자신이 전통 효(孝)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란 세대이기 때문에 효 교육 방법을 모르고 있다. 효도하는 자식은 기본 행실이 되었으므로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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