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한인업계, 상생을 모색하자

2004-05-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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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부 차장대우)

어떤 업종이나 마찬가지지만 과열경쟁이 좋은 결과를 낳는 경우는 드물다. 적당한 경쟁은 시장 활성화와 고객 서비스 업그레이드에 기폭제가 된다. 그러나 과열경쟁은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인업계에서는 흔히 한 업종이 좀 된다 싶으면 너도나도 앞다퉈 뛰어들어 과열경쟁으로 치닫고 결국 몇 개 업체가 문을 닫고 나서야 진정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한인 비디오 대여점 업계의 최근 상황도 이와 마찬가지였다.비디오 대여 시장은 지난 1980년대 말부터 폭발적인 성장으로 호황을 누렸고 많은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한 가격 경쟁을 본격화했는가 하면 각종 할인 이벤트를 펼쳤다. 그러나 한인 비디오 대여시장의 호황은 과다 출점으로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고 대여점들은 호황 때의 무분별한 경쟁으로 인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이에 따라 위기감을 느낀 비디오 대여점들이 지난해부터 업주들간의 모임을 통해 상생을 모색하고 있다.

경쟁 탓으로 10년 전보다 더 낮아진 가격을 당시 수준으로 복귀시킨 것은 물론 끼워주기 등을 자제키로 하는 등 공정 경쟁을 결의하고 있다.물론 이러한 약속도 위반시 제재가 가해질 수 있는 강제적인 것이 아니기에 한 업체의 약속파기로 인해 와해될 수도 있다. 때문에 서로 신뢰하고 어떤 경우에도 약속을 지키겠다는 업체 경영진의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

이같은 비디오 대여점 업주들의 상생 자세는 경쟁이 심각한 다른 여러 업종에서도 본이 되고 있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같이 죽을 것인가 아니면 같이 살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서 있는 많은 한인 업계 종사자들의 상생 의지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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