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개혁의 시작과 끝

2004-05-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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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명섭(롱아일랜드)

요즈음 본국 신문을 보고 있노라면 개혁이란 말이 너무도 많이 나온다. 지금 정치인들이 말하는 개혁이란 정치제도와 이념을 바꾸어야 한다는 이야기 같이 들린다.

이런 것들이 선행되는 것 보다는 국민성 자체를 고쳐야 하는데 이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흔히들 한국 사람들은 배타성, 비겁성, 사치성을 다른 민족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들 한다.


이런 말이 나오게 된 동기는 지리적으로 한국은 완충지역에 속해있는 나라로 많은 강대국으로 주변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과거 우리 조상들은 많은 외부의 침략에 배타적으로 될 수 밖에 없었고 그 속에서 살아 남
으려다 보니 비겁하게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백성들은 가난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보니 재물이 생기면 절제없이 쓰는 습관들이 보이지 않게 습관들여진 것이다.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사는 한국에서 필자가 직접 경험한 한국의 이야기를 잠깐 하고자 한
다.

미국에 온지 10여년만에 국회의원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으로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간 적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전화문의가 있어 대화 도중에 어찌하다 flexible이라는 말을 쓴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옆에 있던 수행비서가 별안간 여기는 한국, 대한민국 하면서 노래를 부르며 말 도중 영어단어 쓴 것에 대하여 배타적인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한번은 지구당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는데 어떤 안건에서 자기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자 수행비서가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했다. 참아야 한다는 생각에 한 번 경고를 줬는데도 계속 하길래 물리적인 힘으로 버릇을 고쳐 놓았더니 그 다음부터는 비겁하게 처신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역구 주민들은 행사, 모임, 애경사 등 왜 그렇게 많은지 어떻게 하면 국회의원으로부터 돈을 더 가져갈까 하는 생각만 하고 있는 것 같았다.이러다 보니 자기 돈 아니라고 돈 생기면 물쓰듯 쓰는 것을 보니 참 한심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고 따지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가 부패했는지, 국민들이 부패했는지 가늠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생산적인 지역구 일에 힘써야 하는데 매일 차기를 위해 비생산적인 일에 매달리다 보니 국회의사당에서 국사를 돌보는 일에 진정으로 매진할 수가 없는 것을 많이 보았다.


어느 신문기사에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이 냉탕에 뜨거운 물 조금 섞는다고 뜨거운 물이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표현한 것을 보았는데 그러한 생각 보다는 일당 백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매사에 임하여야 할 것이다.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절대 안된다고 생각할 지는 모른다.

그러나 정치하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소모품으로 생각하면서 자기를 희생하여 댓가를 바라지 않는 자세로 임하여 줄곧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정치가 이어진다면 어떤 개혁이라는 말 조차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왕이 절대권력을 가졌던 조선시대에 정조가 20여년에 걸쳐서 개혁을 이루려 했었지만 결실을 못 보았듯이 겨우 5년이라는 세월 속에서 많은 것을 이루려고 하는 것 보다는 후임자를 위한 밑거름이 되는 자세로 임하여야 할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 정치의 원조인 영국도 빅토리아 여왕 60여년 재임기간 동안 든든한 초석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정치가 소맨쉽이 아닌 자신들이 진정으로 희생하는 모습이 국민의 눈에 보여질 때 개혁이라는 길로 접어드는 시작과 끝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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