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음주 매너

2004-05-1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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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혜(특집부 부장대우)

한 기금 모금 행사에서 술 때문에 빚어진 다소 황당한 일을 목격했다.
옆 좌석에 앉아 있던 한 한인 남성이 술을 너무 많이 마셨는지 횡설수설하더니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 사람들에게 목청을 높이기 시작했다.

미국인들도 많이 참석하고 식순이 한참 진행중인 데도 그 남자는 주위는 아랑곳 않고 옆 사람들에게 시비를 거는 것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마셨으면 참석자들이 뒤돌아 볼 만큼 술에 취했는지.


사적인 술좌석도 아니고 공적인 행사인데다 한인 뿐 아니라 미국인들도 참석한 행사인데 조금만 자제했으면 좋았을 것을. 다행히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만약 큰 싸움이라도 났으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술이 나오는 한인 행사에서 이따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기분 좋게 조용히 마실 수는 없는 걸까. 큰 행사든지 동문회 모임이나 단체 모임처럼 작은 행사든 한인 모임에는 어디가나 식사와 함께 꼭 술이 따라 나온다. 술 마시다 보면 목소리가 커지고 그냥 넘어 갈 수 있는 일도 기분이 상해 흥분하게 되는 법이다.

지금 동남아에서는 한국인들에 대한 혐오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지에서 ‘안티 코리아’ 정서 때문에 심지어는 한국인들이 살해되고 있다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술 먹고 난동을 부리거나 골프장에서 캐디에게 낯뜨거운 행동을 하는 등 한국 남성들의 무분별한 행동이 혐오 대상이 된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

술은 좋지 않은 기분을 풀기 위해 마시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기분 좋게 하기 위해 마실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기분 나쁜 일이 있었다면 가급적 술을 삼가는 것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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