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기업 살아남기

2004-05-1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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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희(전 뉴저지세탁협회장)

동포업계에서 불경기란 단어는 일상적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한인사회 소규모 사업체가 개였다 흐렸다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깊은 늪에 빠져 헤어날 줄 모르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 때 사상 유래없는 장기 호황 때도 유독 우리가 하는 스몰 비즈니스는 바닥에서 허덕인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당시는 3저 시대에 살았었다. 저 유가, 저 이자, 저 물가 속에서 주가는 천정부지로 솟고 소
비 시장은 활화산 같아 온 세상이 풍요로 덮혀 살만한 세상일 때도 여전히 우리의 소규모 사업은 다른 세계에서 차가운 불경기를 체험했다. 완전히 미국 경기에 서자 취급된 기분이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첫째, 유통구조에 대변혁, 업계 정보 부족, 변해가는 시장에 발빠른 대응 부재, 서비스 향상 등등이다. 이렇게 만성적 불경기를 한탄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이다.

남이 장사 안되는 것에 자신을 위로받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아무리 소규모 장사라도 손님의 심리를 연구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총동원하면 어딘가 탈출구가 반드시 있다고 본다.

서울에 가면 낮에는 행인들로 붐비던 대로가 밤이면 포장마차가 들어와 불을 찬란하게 켜놓고 밤새도록 신나게 장사하는 것을 본다. 어느 가게는 렌트비가 하도 비싸다 보니 낮에는 학용품 문구점이 어두워지면 델리 맥주집으로 변하여 밤새도록 북새통 장사하는 집도 있다.

물론 집세를 반반씩 내니까 큰 덕을 본다. 물론 Space Share도 중요하지만 요즘에 사업 환경은 품종에 벽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동차 회사도 소매상도 모두 Cross Over 형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세탁소를 예를 들어보면 구두 수선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뒤편에 기계 한 대 들여놓고 가방 수리, 등산장비, 가죽옷 수리를 직접 하면 다 남는 장사가 된다. 넥타이를 파는 것도 필수인데 거기에 곁들여 스카프, 모자, 장갑까지 판다면 Seasonal Item으로 훌륭하다. 선글래스나 카드도 진열하고 30% 정도 세일하면 날개돋힌 듯 팔린다. ATM 설치, 팩스 서비스, 공증 서비스도 부수입이다. 봄철에는 화초 모종을 파는 재미도 괜찮다.

애틀란틱 시티에 있는 컨벤션 센터에 가면 General Merchandise Show가 봄, 가을 두 번 열린다. 축구장 만한 크기에 세상에서 쓰는 물건은 다 있는 것 같다.

주로 도매상들인데 중국인과 주이시가 주종을 이루고 간혹 한국사람도 있다. 하루종일 매장을 돌아다녀 보면 내 업소에 무슨 부업이 적합한지 머리에 번득 떠오른다. 그 도매상과 상담하면 신규업자에게 큰 혜택을 준다.

미국의 간접 경기지수는 금년에 자동차가 얼마나 팔렸나, 월마트의 매상이 얼마냐가 체감경기라고 한다. 아무리 미국 경기가 회복되어도 더 이상 남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되고 우리도 머리 싸매고 끼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불경기 타령 좀 그만 하자. 장사 안되는 것을 밖에다 탓하지 말고 그 원인이 내 가게 안에 있다는 솔직한 고백이 필요하다. 기필코 불경기를 탈출해 보겠다는 주인의 끊임없는 노력과 의지만이 살아 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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