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웃돕기에서 사는 재미를 찾자

2004-05-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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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영(보스턴)

뉴욕이나 LA , 시카고와 같은 대도시 한인사회엔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여러 형태의 한인단체들이 경쟁이나 하듯 불우이웃이나 불우학생을 돕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여러가지 행사를 추진한다. 이들이 여기저기에 손을 내밀고 동참을 호소하는 일로 인해 우리 사회에 바르게 정착돼야 할 기부 문화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

때문에 일부 뜻있는 사람이나 한인을 상대하는 작은 업소들은 이들의 잦은 기부금 호소에 진저리를 내면서 의식적으로 한인사회 참여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그래도 우리 사회를 위한 뜻있는 일인데 하면서 우리들의 작은 공동체를 위해 십시일반으로 돕는 마음들을 갖고 있다. 그러기에 오늘의 우리 사회가 이만치라도 자리를 잡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바탕을 세우고 있지 않나 생각헤 보게 된다.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삶에 지쳐있는 불우이웃을 찾아 위로하고 도움으로 용기를 심어주는 개인이나 단체의 미담이 들려 우리사회가 결코 메말라 있는 사회가 아니라는데 자부심도 갖는다.

살맛 나는 사회란 나와 내 사회가 무관심으로 버려질 수 있는 불우한 이웃을 챙겨주고 함께 손을 잡고 이끌어 주면서 삶의 광장에서 위로하고 힘을 실어주는 열린 마음의 동포애가 심어지는 것이 곧 우리가 추구하는 살 맛 나는 사회다.

값싼 명분이나 남을 의식해 요란스럽게 소리내며 돕는 일 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가벼운 마음에서 즐겁게 참여하는 일이 얼마나 값진 봉사인지를 알아야만 되겠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작은 여유를 내놓고 나눌 수 있는 선행은 인간이 갖는 자유 중에서 가장 으뜸가는 자유다. 강요나 위장된 선행은 자기를 내세우려는 위선일 뿐이다.

나 또한 내 이웃을 위한 참여에는 선뜻 나서지 못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이웃 돕기 일에 이런 저런 말을 쉽게 할 때도 있다. 그러면서 지난 날의 일들을 돌이켜 보면서 가끔씩 내 스스로를 되돌아 본다.

심장병 어린이를 데려다 수술받게 했던 일, 불우학생을 위한 장학사업, 연방정부 주택자금을 받아내 한인 연장자 아파트를 건립했던 일, 이런 모든 일의 성취를 위해 우리 사회의 의인(義人)들로부터 받았던 후원에 감사를 드리면서 또 다른 생각을 해 본다.


탈북난민 구제를 위한 교회와 뜻있는 목사들의 헌신, 각 대학 동창회에서 펼치는 장학사업, 한미재단 경제인협회가 펼치는 장학사업, 굶주림을 겪는 북한 어린이를 돕기 위한 기금 모금 음악회, 그밖에 장애인을 위한 자선음악회 등은 이름이나 명분을 자랑하기 위해 펼쳐지는 행사는 아니다.

내가 있는 곳에 내 사회가 있다는 공동체적인 결집, 불우 이웃과 내 형제의 어려움을 챙기겠다는 자기 희생이 있었기에 결실의 열매가 맺어질 수 있었던 수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

각박한 이민생활에서 살 맛 나게 사는 재미를 이웃 돕기 자선음악회를 통해 들어보는 일도 사는 재미가 아닌지 우리 다 함께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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