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엄마

2004-05-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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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부 차장)

멜 깁슨의 대작 ‘그리스도의 수난’(Passion of the Christ)이 개봉된 후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것은 예수가 고문을 당하는 장면이 너무나 잔인하게 묘사됐다는 점이었다.그러나 기자가 눈시울을 적신 것은 예수의 살갗이 떨어져 나가는 장면이 아니라 쓰러진 아들을 멀리서 지켜보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이었다.

이 영화에서 마리아는 아들이 상상조차 하기 힘든 고문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성모로서의 자태를 지키려 애쓴다. 하지만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다가 쓰러지자 마리아는 아들이 어렸을 적 뛰어 놀다 넘어졌을 때 본능적으로 아들을 향해 뛰어갔던 기억을 상기하며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예수를 향해 뛰어간다.


아직도 그 장면을 생각하면 속에서 무엇인가가 물컹하게 올라오는 느낌이 든다.아직까지 이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기자는 이 영화를 꼭 권하고 싶다. 기자가 크리스천이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멜 깁슨과 특별한 관계가 있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위에서 말한 마리아의 본능적인 자식 사랑이 너무나 감명 깊게 묘사됐기 때문이다.

우리의 역사 속에는 성모 마리아 뿐만 아니라 희생과 헌신으로 잔잔한 감동과 존경심을 준 ‘엄마’들이 많이 존재한다. 신사임당... 맹모... 비록 친자식은 없었지만 세상 모든 어린이들의 엄마 역할을 한 테레사 수녀 등등... 심지어는 인기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나오는 이영자(고두심분)씨까지 말이다.

비단 역사 속의 엄마 뿐 아니라 우리 주위에는 훌륭한 엄마들이 많다. 아니, 한 단계 더 나아가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은 위대하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요즘 신세대 미시족 엄마들의 희생 정신이 줄었다 하더라도 자식을 향한 엄마의 사랑을 이 세상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나이 30을 넘긴 사회인이지만 오늘 따라 ‘어머니’ 대신 ‘엄마’라는 단어가 무척 쓰고 싶다.

5월9일은 어머니 아니 엄마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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