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반전’이 ‘반미’ 되지 말아야

2004-05-0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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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로 부시대통령이 이라크전의 종전을 공식 선언한 지 1주년을 맞았지만 이라크 사태는 날이 갈수록 더욱 혼미해지고 있다. 공식 종전 후 이라크 내 저항세력의 반격으로 미군의 희생자와 그밖의 참전국에 대한 테러 위협이 그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라크 주둔 미군들의 사상자는 하루도 그칠 날이 없어 종전 후 사망한 희생자의 수가 전쟁기간 중의 희생자 수를 넘어섰다는 것이다.이러한 사태 악화는 미국인들에게 이라크가 제2의 베트남이 되어 미국을 수렁에 빠뜨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더욱 크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라크전쟁 중 큰 지지율을 보였던 부시대통령의 인기도는 나날이 떨어져 대선을 앞둔 부시대통령에게 큰 악재가 되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또 9.11 테러에 대한 사전 정보를 알면서도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의혹에 대해 9.11 테러조사위원회에 출두하여 증언하기도 했다.


한편 이라크에서 미국의 위상도 상당히 실추되고 있다. 미군은 이라크전쟁에서 해방군을 자임했으나 지난달 29일 이라크인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71%가 미군을 해방군이 아닌 점령군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국가가 이라크에서 병력을 철수했고 미국은 오는 6월 말 주권 이양을 위해 유엔의 개입을 요청했는데 이번에는 미군과 영국군에 의한 이라크인 고문 사실이 폭로되어 더욱 어려운 사태를 맞게 되었다.

이와같은 이라크 사태의 악화에 따라 미국 내에서는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한인단체들도 반전운동에 가담하고 있다. 한인단체 중 「청년연합」과 「평화와 정의를 위한 연합」은 다른 반전단체들과 함께 이라크전이 무고한 희생자만 내는 명분 없는 전쟁이라는 이유로 반전운동을 벌인다고 한다. 이들은 이라크전쟁 반대 서명운동, 추모집회, 반전 평화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이라크 사태가 더욱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게 될 경우 미국내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여론이나 시위는 더욱 확대될 수도 있고, 이러한 반전운동에 한인들도 많이 참여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인들의 반전운동이 미국을 부정하고 반대하는 반미운동이 되어서는 안된다.

반전운동이 반미운동으로 오해될 수 있는 소지를 만들어서도 안 될
것이며 반전운동에 편승하여 반미운동을 부채질하는 일은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이다. 한인들에게 「반전」은 있을 수 있으나 「반미」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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