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욕하지 않는 세상

2004-05-0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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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종(대뉴욕지구 태권도협회 이사장)

인간은 살면서 ‘욕’을 내뱉는 횟수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공연히 아무런 탓도 한도 없이 선하고 착한 마음으로 욕을 입에 담는 자는 저승길에 오른 사람 이외에는 없을 것이다.

욕이란 험난하고 치욕스러운 용어이기에 순간적 신경과민증으로 나타나는 혀상이라고 심리학자들은 주장하고, 또 이를 이렇게 증언하고 있는 바다.
어떻게 설명하든 이는 마음의 질환이 분명함에도 이를 인식 못한채 목청을 높여 욕을 하고나면 속이 후련하다고 자인하곤 한다


그러나 주위에서 이러한 질환의 폭언을 듣는 상대방이나 주위 사람들 - 특히 가족들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자극과 스트레스, 그리고 모욕과 실망을 순식간에 갖게 한다. 게다가 이미 내뱉은 폭언이라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수치를 평생가도록 씻지 못하는 현실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 사람은 욕쟁이야”라고 한 번 소문이 나면 자식대에 가서도 그 치명적인 유산이 전설처럼 지속되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한인사회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막된 입을 내세우면서도 그 가면 속에서 마치 성인, 성녀들처럼 미소로 상대방을 우롱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바다.

아마도 그 이유로는 우리들은 완전치 못한 탈의 옷을 입고있는 본연의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한 이는 각박해지는 사회의 막된 삶의 가르침인데도 불구하고 이 오염된 정신적 지침을 “우리는 씻지 못하는 죄인이기 때문에 욕을 입에 담는 것”이라고 위로하곤 한다. 이는 현실을 모면해 가려는 한 이유에 불과하기에 모두가 지성인인 만큼 이 오염된 세살 버릇을 그날 그날 조금씩이라도 고쳐가며 살아야 씻지 못할 죄가 사해지겠다.

필자도 가면 속의 한 사나이였다. 남다른 고등교육을 받은지라 사회 인사로는 실추됨이 없는 성품이라고 자만했었다. 그러나 내가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이 묵묵히 건네준 단편의 비디오 한 편과 화에 치밀렸던 나의 녹음된 목소리는 나의 자만과 오만을 깨우쳐 주었다.이는 나의 70 평생에 가장 훌륭한 교훈이었으며 후회와 진지한 반성의 포문이었다.

그 후로 나에게는 정신적, 심적 신체의 안정감을 가져왔으며 조금씩 변해감을 느끼면서 악 보다는 선의 마음으로, 사랑과 이해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내심으로 주위사람들을 맞이하게 되는 나의 새로운 모습에 벅찬 감동을 느꼈다.

어느덧 3월 초 하루, 사납게 덮쳤던 모진 눈도, 강판의 얼음도 추억속으로 사라져가는 이 때 새 희망, 새 싹, 새 봄이 동계에 메말랐던 가지들을 새파랗게 단장해 주며 반기는 시기와 아울러 주님의 부활절과 부처님이 오신 날을 맞이하면서 색다른 인생의 힘찬 행보를 서로의 험담과 욕하지 않는 세상으로 이끌어 보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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