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용천 사고 지원

2004-05-0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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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일(취재부 부장대우)

매년 5월3일은 ‘세계 언론 자유의 날’(World Press Freedom Day)이다.
따라서 유엔과 언론의 자유 문제를 연구하는 미국의 ‘프리덤 포럼’(Freedom Forum) 같은 단체들은 이날을 기념하고 ‘자유 언론’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기 위한 각종 행사를 갖는다.

이날은 또 취재 과정에서 혹은 기사 보도 후 목숨을 잃은 기자들을 기리는 날이기도 하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에 따르면 2003년 한해 이같은 이유로 목숨을 잃은 기자는 36명에 달하며 죽지는 않았지만 구금된 기자가 지난해 12월 현재 136명이나 된다. 또 올해 첫 3개월 사이 순직한 기자만도 벌써 17명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전쟁터, 분쟁지역 등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 소식을 생생하게 전달하다 목숨을 잃었는가 하면 정부, 범죄집단 또는 특정 권력자의 치부를 폭로하다 살해된 경우도 있다.즉 이들은 어두운 곳에 감춰져 있는 ‘진실’(Truth)과 사실(Fact)에 드러내는 대가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얼마전 북한 용천에서 기차가 폭발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북한은 이례적으로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유엔에 도움을 요청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발표했으며 피해자 상당수가 어린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구호품을 보내는 등 즉각 피해자 지원에 나섰다.

뉴욕한인사회에서도 지원 운동이 시작돼 일부에서는 기금을 모아 북한 대표부에 직접 전달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동포애가 남달리 강한 뉴욕한인들이 이번 참사에 대해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히 지적돼야 할 일은 북한이 사고 현장 취재를 희망하는 국제 언론의 현장 접근을 원천 봉쇄하고 있는 구태다.따라서 국제사회에 알려지고 있는 소식은 중국 단둥에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이 북한 당국
으로부터 제한적 접근이 허용된 국제구호기구 등의 발표에 따른 간접취재에 의한 것이다. 이는 북한이 보내는 일방적인 정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국경 없는 기자들’이 연례보고서에서 “전세계에서 가장 언론 자유가 없는 나라”로 지목한 곳이 북한이기에 이런 현상이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진실’과 ‘사실’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기자들이 용천 사고 현장에서 생생한 현장 소식을 국제사회에 상세히 알리지 못함에 따라 피해자들이 국제사회의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또 다른 피해를 입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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