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흐뭇한 상술

2004-05-0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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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수(취재부 부장대우)

무료 아이스크림의 맛은 정말 입에서 살살 녹았다.지난 28일 배스킨 로빈스 체인점에서 실시한 무료 아이스크림을 먹기위해 40분동안 줄을 서서 기다렸었다.

던킨 도너츠와 같은 계열 회사인 배스킨 로빈스가 이날 각 지점에서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2.5온즈 크기의 아이스크림 무료로 제공했다.며칠 전부터 이날을 손꼽아 기다려온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퇴근길 집 앞에 위치한 던킨 도너츠 업소를 살펴봤다. 이미 업소 앞은 무료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긴 줄이 형성돼있었다.


저녁 식사를 하고 어둑어둑해졌을 때 이쯤이면 어느 정도 사람이 빠져나갔을 것 같아 아이들의 손을 잡고 던킨 도너츠를 찾았다. 그런데 퇴근 때와 같이 여전히 긴 줄이 이어지고 있었다.

30여분이 지나 던킨 도너츠 직원으로부터 무료 티켓을 받아 들고도 업소 안에 인파가 어느정도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바로 뒤에 선 3자녀를 데리고 온 백인 여성은 셀폰으로 남편에게 전화를 하면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려면 빨리 오라고 통보하고 있었다.

앞에선 백인노부부가 손을 잡고 서로를 챙겨주며 순서를 기다렸고 중학생으로 보이는 틴에이저들은 자전거를 세워놓고 수다를 떨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제 막 말 문이 터진 것 같은 2세 남아는 새로 나온 슈렉 아이스크림 포스터에 그려진 지렁이 거미 캔디를 보고서는 ‘징그럽다’며 자신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을 거라고 소리쳤다.

아무것도 아닌 아이스크림일 수 있고 또 긴 줄에서 기다리지 않고 돈주고 다른 업소에서 사서 먹을 수 있는 것이 아이스크림이다. 하지만 이날 우리 동네 사람들은 오랜 시간 줄에 서서 기다리며 무료 아이스크림을 먹는 마음 설레임을 즐겼다. 또 기다리는 동안 이웃과 친구들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무료 아이스크림을 맛본 사람들은 배스킨 로빈스 아이스크림이 언제나 다정한 상표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무료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업소를 나오면서 여전히 길게 늘어진 줄을 보면서 이 업소의 차원 높은 상술에 고개가 끄덕여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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