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입양아만큼 한국문화 배웁시다

2004-04-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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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경(취재부 기자)

한국에 대한 기억이 채 형성되기도 전인 갓난아기 때 미국으로 입양돼 친부모나 조국에 대한 아무런 추억이 없는 한인 입양인들이 오히려 한인들보다 한국문화 배우기에 더 열심인 경우가 적지 않다.

한인 입양아 단체 AKA(Also-Known-As·회장 조이 노 리버텔)가 24일 콜럼비아 대학교에서 개최한 ‘제5회 입양아 문화의 날’행사(Culture Day 2004)에는 300여명의 한인 입양아와 가족들이 참석해 한국 고유문화를 보고 배우며 한국을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매년 대규모로 펼쳐지는 문화의 날 행사뿐만이 아니다.


각 지역에 존재하는 입양인 단체들은 매주 문화 교실을 열거나 매달 전체 모임 행사를 갖고 외국인 부모와 어린 한인 입양아, 성인 입양인 사이의 네트워크를 만들려고 열심이다.

맨하탄 첼시에 위치한 AKA 협회 사무실을 찾으면 한국어, 한국문화 수업이 거의 매일 진행되고 있으며 성인이 된 입양인뿐만 아니라 어린 입양아들도 한국을 배우기에 열심이다. 또 매주 토요일 오후 1시께 맨하탄 소재 한국국악협회 미동부지회를 방문하면 어린 한인 입양인들이 외국인 부모를 동반하고 장구춤을 배우기에 열심이다. 한국문화에 노출이 전혀 없
었던 입양아들이지만 어려서부터 매주 장구춤을 익혀 몇몇 어린이의 솜씨는 수준급이다.

매주 토요일 뉴욕·뉴저지·커네티컷 일원의 한국학교를 방문해보자. 주말에 짬을 내 한국어와 문화를 배우려는 한인 어린이·청소년 중에는 한인 입양아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물론 이 어린이들은 외국인 부모와 함께 학교를 찾았고 부모들 역시 한국문화 배우기에 열심이다.한인학부모들은 자녀들을 명문대에 보내고 의사와 변호사 등 명망있는 직업을 갖게 하고자 어려서부터 공부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학교나 문화학원에 자녀들을 등록시켜 한국문화를 가르치기보다는 ‘문화는 나중에 배우고 공부해서 명문대 우선 진학하자’는 식이다.
물론 한인 어린이들은 부모나 친구들의 영향으로 한국문화에 노출될 기회가 더 많기는 하다. 그러나 미국으로 입양돼 한국 문화와의 접촉 기회를 잃은 자녀들에게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자신도 배우고자 바쁜 시간을 내 각종 행사와 클래스에 참석하는 외국인 부모들에게서 참 배울 점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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