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원유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2004-04-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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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제(미대통령자문위원)

19세기 초 이태리의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의 유명한 말인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는 바로 경제현상 분석에 미시와 거시분석을 동시에 해야 정확한 분석을 할 수 있음을 두고 한 말이다.

그의 미시분석에서 가격 결정 이론은 수요량과 공급량 균형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수요공급 이론은 경제분석 뿐만 아니라 국민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정치이론에서부터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재화와 용역의 균형가격 결정, 심지어 인간의 사랑의 반려자를 선택하는데도 중요한 분석도구로 사용된다.


수요가 공급 보다 많으면, 또는 주어진 수요에 공급이 감소되면, 초과수요에 의해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4월 1일 만우절에 발표하여 ‘쇼’ 같기도 하지만 세계 원유생산 공급량의 1/3을 장악하고 있는 사우디를 위시한 11개 회원 OPEC 산유국들이 석유생산량을 일당 100만 배럴을 감량시키고, 배럴당 가격을 40달러로 인상 결정했다.

공급량 감소는 주요 수요국인 미국, 일본, 아시아 국가들의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량 재조정이 없는 한 유류가격은 상승한다는 것이 경제이론이다.

물론 비산유국인 멕시코, 러시아의 수요량 변화도 가격등귀의 폭을 좌우시킬 것이나 오일가격의 오름세는 석유사용 관련 제품에서 시작, 심리적 요인에 의해 다른 물가에도 Cosh Push하여 인플레이션(Inflation)을 유발시켜 온 것이 경제 역사였다.

오일 가격상승 이전에 이미 로이타 종합물가지수가 지난 한해 동안 20%가 올라 인플레이션 조짐이 상존해 왔고 스페인을 비롯, 이태리, 불란서 등 유럽을 위협해 가는 테러공격으로 자국 안보, 자국경제 보호의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짙어짐에, 수입통제, 고관세율 적용 추세에 따라 수입품 가격이 급등하는 트렌드는 인플레이션을 부채질 할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호경기를 갖는 중국 경제의 상품 수요 증가 또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는 변수들이다.‘인플레이션’은 불완전 고용의 개발도상국들의 경우에는 경제 성장을 촉진시키는 성장 인플레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원이 완전 고용상태의 선진국들에게는 화폐가치를 하락시켜 이자율을 상승시키고 높은 이자율은 주식시장을 불황으로 몰고 간다.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의 자동차 할부금 부담 가중, 주택이자 부담 증대, 구매력 감소로 소비자들의 소비 감축, 투자가들의 신규투자 감소, 정부 재정적자 심화 등으로 경제성장을 저해하기도 한다.

또한 이자율 상승은 주택수요를 하강시켜 모처럼 강세를 유지하는 주택시장을 붕괴로 유도시킬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의 상기 열거한 위험성 때문에 미 중앙은행은 지속적 저금리정책을 견지해 왔고, 낮은 이자율 덕분에 소비자들은 내집 장만 붐과 재융자로 주택 모기지 부담을 줄여왔다.

만약에 금번 OPEC의 원유가격 상승이 미국의 물가상승을 자극하는 동기가 되어 고율의 인플레이션 태풍이 분다면 70년대 80년대 겪었던 오일 쇼크로 금융시장, 주택시장은 물론 총소비, 총투자 하락으로 미국경제는 저성장의 늪을 헤매는 고통을 감수해야 될 것이다.

이러한 뜻에서 미국의 해외 의존도를 감소시키는 독립적 석유채굴산업 육성정책과 자원정책이 시급히 요구되는 것이다.부시대통령은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대로 OPEC에 압력을 가해서라도 오일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한다면 미국 경제가 고실업, 고인플레이션, 고유가로 경제성장 위축은 물론 재선의 악재를 감수할지도 모른다.

물가 상승은 실업난으로 허덕이는 저소득층, 중산층에 생활고를 가중시키므로 여하한 정책수단으로도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으로 연계되지 않도록 집권당은 책임정치를 구현시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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