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통 아닌 보통사람

2004-01-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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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경에 어느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했다가 돌아와서 받은 감명이 오래동안 머리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새해를 맞으면서 더욱 선명한 감동으로 떠오르고 있다.

장학기금 마련 행사와 불우자 돕기운동 등 교포사회에서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행사 중에 각별한 인상과 감명을 깊이 받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장학회부터 알아보자.

설립자인 류재두씨의 아호인 ‘설봉’을 따서 만든 설봉장학회로 벌써 만 10년이란 역사가 흘렀다. 매년 장학생을 선발, 이 재단에서 수여한 학생 수가 총 200명이 넘는다. 첫 회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벌써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장래가 기대된다.


무엇이 다른가? 보통 사람이 자기의 재산으로 설립하여 재단설립 승인을 미정부로부터 받고 한국학생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점이다. 이 보통 아닌 보통사람이 역설하고 바라는 것은 자랑스러운 동방예의지국의 후예라는 자부심을 갖고 한국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라는 것을 당부하고 있는 것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그간 초지일관해서 장학금을 수여한 사람이 있으니 우리 동포사회에서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선친의 가르침과 뜻을 받들어 장학사업을 시도했다는 그 효심이 가정의 전통이 되어 그 아
들이 아버지의 뜻을 받아 재산상속 포기 각서를 쓰는데까지 이르렀다.

오늘날 우리 동포사회는 이 숭고한 정신을 배워야 할 것이다. 자기 재산을 장학기금으로 내놓은 데는 가족 전원의 일치된 합의가 있어야 했을 것이고 이 사업을 적극 찬양하고 격려한 더 큰 여자의 뒷바침과 힘이 있었을 것이다. 참으로 빛나는 일이다.

우리의 조국은 정치 부패가 고도로 발달되어 역사적으로 예가 없는 많은 의원들이 구속되고 이혼율은 세계 2위로 곧 1위를 차지할 것이다. 1인당 음주량은 당연히 세계 1위에 도달한 지 오래 되었다. 한때 문맹률이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실정을 자랑했던 것이 지금은 청년층 실업률이 가장 높은 곳이 우리나라가 되고 기회만 있으면 탈출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있다. 이들 청년층이 희망을 잃고 가정이 파괴된 나라에서 바라는 것이 과연 있을까?

류패밀리재단의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지금까지 상당수가 있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학생들의 부모가 직접 그 영향을 받는 감도, 그들의 주위 젊은층들에 주는 교훈은 앞으로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이 사회를 바로잡는데 큰 원동력이 될 것이고 그 세포가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

사람 많고 말 많은 세계가 반드시 잘 되는 것도 아니다. 말 없는 것이 더 무기가 되고, 말이라고 다 말은 아니며 말 속에 말이 있다고 하더라. 말 보다 행동이 앞서 하면 곧 그것을 군자라고 했던 곳이 우리나라였다. 말 한 마디 뚜렷하게 못하고 소리만 치고 헛소리 잘 하는 우리나라 정치권력층에도 빛이 가면 얼마나 다행할 것인가. 희망 아닌 희망도 걸어본다.

이 보통 아닌 보통사람은 골프백, 골프채는 20년 이상 묵은 골동품이고 장갑은 적어도 2~3년 된 것인데도 신품을 살 수 있는 용기는 없는가 보다. 그러나 큰 일을 하고있는 것을 보면 학생층 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도 배우고 참고할 점이 많다.

류회장과 같이 말 없이 좋은 일을 하는 한인은 앞으로도 또 있을 것이다. 이런 독지가의 착안이 이민사회 발전의 기점이 될 것이니 한인사회 앞날이 결코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김 옥(플러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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