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출판계에 보내는 열린 편지

2004-01-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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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서 오래 살고있는 주부-엄마-직장인이다. 영어에 별로 어려움도 없으므로 이곳 신문-주간지-월간지-장편소설 등등을 잘 소화해 내지만 나이가 들수록 한국서적이 읽고싶어서 서점엘 가끔 들린다.

그러나 나는 항상 한국출판물을 대할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왜 한권의 책이 10권-20권으로 책 수를 늘려야 하는가 말이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나 알렉산더 솔제니친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The Gulag Archipelago’-이들 장-장편의 책들이 많으면 한두권, 대개는 두툼한 한권이고 10~20달러면 충분히 아무 부담 없이 사서 내 책으로 만들고 몇 년에
한번씩 다시 읽는다.명작이요, 걸작이요, 대작의 진선미리고 본다.

박경리의 ‘토지’ 조정래의 그 재미나고 배울 것 많은 역사소설 등등(나는 이 두 작가들이 마땅히 노벨상을 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책들을 영어서적 같이 부담없이 사다가 내 책장에 보관하여 읽고 또 읽고 대작의 맛을 만끽하고 싶다.


하지만 책값을 계산해 보니 토지(약 20권X19달러) 380달러, 태백산맥(약 12권X18달러) 216달러 등으로 이런 대작이 아닌 보통의 소설도 대개가 3~4권 혹은 상하권으로 돼 있다. 물론 운송비, 세금 등 첨가비용이 있다. 하지만 왜 20권, 12권 등으로 부수를 늘려야 하느냐 말이다.

순전히 이권과 상권의 결과라고 본다면 한국의 독자들은 앉아서 당하기만 한다고 봐야 하나? 작가나 출판사의 지독한 욕심을 눈감아 주고 책 한권을 읽으려고 20권의 돈을 내야 한다는 건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나에게는 답변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좋은 한국의 명작들을 부담 없이 사다가 내 책장에 보관하고 싶다.


엄 수 영 (플러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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