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치아 오복론의 다른 이유

2004-01-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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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의 중요성이 강조되어야 할 때마다 회자되는 말의 하나가 ‘치아는 오복(五福)의 하나’라는 말인 것 같다. 그러나 그 오복이 뭐죠? 하고 되물으면 속시원히 대답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어느 날 국어사전을 들추어 보니 수(壽, longevity) 부(富, wealth) 강녕(康寧, health), 목호덕(牧好德, love of virtue), 고종명(考終命, peaceful death)로 되어 있을 뿐, ‘치아’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억지로 짜 맞춘다면 강녕(건강)과 제일 관계가 많을 성 싶은데 아마도 건강하려면 잘 먹어야 하고, 잘 먹으려면 잘 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전문성이 필요 없는 상식적 논리를 적용해 본다.


그런데 치과의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치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씹는 저작 기능 이상이라는 걸 발견하게 되었는데 잘 맞지 않는 치아는 우리 몸의 통증들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말하는 통증은 흔히 치과에서 다루는 치아가 썩어 생기는 치통이나 잇몸이 부어 아픈 풍치통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 통증병원이나 카이로프렉터 병원 같은 곳에서 다루는 목 통증, 어깨 통증, 팔 통증, 손목 시큰해서 물건을 들 수 없는 증세, 두통, back pain, 허리 통증, 좌골신경통, 발가락 저림, 오십견 처럼 특별히 다친 일도 없는데 생기는
Body Pain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아직 치과학회에서 공인된 정설도 아니면서 감히 원인이라고 자신하는 이유는 ▲치아를 조절해 줄 때 상기한 증상의 일부 혹은 전부가 한꺼번에 낫는 경우가 많고 ▲빠르게는 그 날로 바로 쾌유를 보이기도 하고(몇달씩 다녀야 하는 통상의 통증치료에 비해) 1,2주일이면 보통 효과를 알 수 있고
▲쾌차된 숫자가 수십명을 넘으니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그 숫자가 너무 많고 ▲치료를 시작했던 몇년 전에 비해 쾌유율이 많이 향상되었고
▲다른 professional에 의해 ‘이상 없음’ 진단이 내려졌음에도 계속되는 통증으로 고생하다가 치과(TMJ) 치료 후에 나아진 임상 사례들이 상당수 있다.

예를 들면 MRI 같은 정밀진단을 해도 아무 이상 없다고 하나 통증은 계속되고, 디스크(목, 허리)라고 해서 몇개월씩 통원 치료를 받았으나 진전 없이 갈 때 뿐이고, 다른 치료방법은 없고 일을 많이 해서 생긴 퇴행성이므로 그저 일을 줄이라는 권고를 받는 등, 침도, 또 정형외과 수술까지 했는데 재발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러가지 치료를 하다 하다 안되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같은 back pain이라도 원인이 모두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치료가 효력이 없을 때는 이 TMJ 치료도 하나로 고려되어져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런 이유들로 감히 상기 통증들의 치과적 치료는 원인치료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하지만 아직 전문성을 지닌 논문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은 실험의 객관성이다.

즉, 병의 낫고 안 낫고는 환자의 판단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동양의학의 침이 서양의학에 의해 인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그러나 언젠가는 더 잘 설명되고 받아들여지리라 확신한다. 왜? 잘 나으니까.

몇달 전 치과 전문지에서 알게된 사실 - 이가 안 맞으면 등이 굽을 수도 있다 -까지 합하면 잘 맞는 좋은 치아는 가히 5복의 하나가 되기에 충분하고 필요한 조건이다.위에 열거한 Body 통증들은 치아 교정을 방금 끝낸 경우에도 올 수 있는 것은 소위 Brace만으로는 이런 delicate 한 조정을 하기가 기술적으로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박춘석(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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