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3학년 학부모들 발등에 불끄기!

2004-01-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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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났어요. 우리 아이가 내년에 4학년으로 진급 못하게 될까봐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에요. 어떻게 하면 좋죠?

최근 며칠간 뉴욕한국일보 편집국에는 걱정이 가득 찬 목소리로 이같은 한인학부모들의 전화가 수시로 걸려오고 있다. 지난 15일 뉴욕시 교육국이 3학년 진급정책 강화를 공식 발표한 직후 나타난 현상이다.

그동안 성적부진으로 낙제되어야 마땅할 학생들도 뉴욕시 공립학교의 과밀학급 문제가 워낙 심각하다보니 수용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일명 `소셜 프로모션’ 혜택을 받아 대부분 그대로 진급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시교육국의 진급정책 강화방안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시행될지 아직은 미지수지만 제대로만 된다면 앞으로 다음 학년으로의 무사 통과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종전까지는 시험성적 이외에 출석률이나 과제물 제출까지 모두 감안됐던 반면, 이제는 표준시험성적만으로 평가하겠다고 하니 더더욱 그럴 수밖에.

특히 시교육국 발표 이후 한인학부모들의 반응이 이채롭다. 어떻게 하면 자녀들의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 문의하는 학부모가 당연히 많다. 하지만 반대로 자녀가 만약에 낙제할 경우 다른 학부모들이나 주변인들 보기에 민망하고 체면이 구겨질 것을 더 걱정하는 말투로 전화하는 학부모들도 꽤 있다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주변에 우수한 한인학생이 하도 많다보니 마치 모든 한인학생들은 공부를 잘하는 것처럼 인식되어진 것도 문제지만 의외로 많은 한인학생들이 학교성적 때문에 고민하고 있고 제대로 진도를 따라가기 어려워하고 있음도 이번에 알게 됐다.

조엘 클라인 시교육감도 지적했듯 유치원 입학부터 3학년까지는 읽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이 주가 되지만 3학년 이후부터는 배우기 위해 읽어야 하는 중요한 변화의 시기이다.

이와 관련, 교육전문가들이 제안하는 학습방법은 한결같다. 어릴 때부터 자녀에게 책읽기를 권장하고 부모가 자녀에게 자주 책을 읽어주도록 권하고 있는 것.

자녀의 학업을 염려하기보다 자신의 체면을 먼저 생각하는 부모들이 혹시라도 있다면 나는 그동안 얼마나 자주 내 아이의 침대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주었던가, 자녀들과 도서관은 얼마나 자주 방문했던가, 책만 잔뜩 사주고는 부모 의무를 다한 듯 여기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되돌아 보았으면 한다.


이정은 <특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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