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일년 내내 줄 수 있는 60가지선물

2004-01-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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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내내 줄 수 있는 101가지 선물’이란 내용의 글을 어디서 읽었다

책은 아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101가지’란 이름을 붙여 많은 책들이 발간되는 것을 본다. 뚜렷한 이유가 있는지는 몰라도 ‘101가지’를 제목에 붙이면 책이 잘 팔리는 모양이다. 불교에서 사용되는 ‘108번뇌’ 보다는 조금 숫자가 낮지만 의미가 있음직도 하다.

’공짜라면 양재물도 마신다’는 한국 사람들의 우스개 소리가 있다. 젊은 사람들은 양재물이 무엇인지도 잘 모를 게다. 양재물이란 더러운 옷을 빨 때 사용되던 일종의 세척제이다.


옷을 펄펄 끓는 물에 양재물을 넣고 빨면 하얗게 표백이 되어 깨끗하게 빨래가 된다. 미국에서 사용되는 클로락스 같은 역할을 양재물은 했다. 양재물을 먹으면 창자가 타 들어가 죽는다. 그래서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비꼬아 양재물도 공짜라면 먹는다란 우스개 소리가 나온 것이다.

’일년 내내 줄 수 있는 101가지 선물’의 내용을 공짜로 들려주고 싶다. 일상사를 통해 노력만 하면 될 선물들이다. 공짜로 얻었으니 공짜로 주는 것이다. 그러나 다 줄 수는 없다. 지면관계다.

101가지 중 꼭 선물이 될만한 것하고 새로운 것을 골라 선물로 줄텐데 양재물하고는 하늘과 땅 차이의 내용물이니 공짜로 받고 삶에 적용하면 삶이 새로워지고 향기가 나며 용기를 얻을 수도 있겠다. 어쩌면 공짜 선물이 생을 바꾸는 터닝포인트의 역할을 할는지 누가 알겠는가. 선물 보따리를 풀어본다.

미소·기분이 언짢더라도 ‘좋은 아침’이라고 말한다·갑자기 전화를 해 깜짝 놀라게 해준다·옛 친구에게 뜻밖의 편지를 보낸다·설거지를 해준다·쓰레기를 버려준다·남이 내게 거친 말을 하더라도 신경 쓰지 않는다·일자리를 찾는 사람에게 구인광고를 구해준다·’항상 생각하고 있어요’라는 카드를 보낸다·할머니 할아버지께 점심 대접을 한다·주차장 직원에게 미소를 보낸다·청구서를 제 날짜에 처리한다·

좋은 소식은 남에게 전하고 흉은 전하지 않는다·칭찬을 해준다·감명 깊게 읽은 책을 빌려주고, 빨리 돌려달라고 조르지 않는다·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충고를 하는 대신 같이 해결하려고 애써준다·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찾아간다·아내에게 아름답다고 말해준다·우습지 않은 농담도 웃어준다·집안을 치운다·아내나 남편과 자주 산책을 한다·자신감을 잃지 않는다·

사춘기의 청소년들을 이해하려 자꾸만 노력한다·줄 섰을 때 누군가를 앞에 끼워준다·부탁은 공손히 한다·설명은 참을성 있게 한다·슬퍼하는 사람을 위로해준다·남이 모르게 친절을 베푼다·우산을 같이 쓴다·다른 사람의 차 창닦개 밑에 웃기는 카드를 남겨놓는다·사랑한다고 적은 쪽지를 냉장고에 붙여 놓는다·사랑하는 사람과 일몰을 같이 본다·

’사랑해요’라고 먼저 말하고 자주 말한다·기분이 저조해 있는 사람에게 웃기는 얘기를 들려준다·시간을 내서 ‘해야지’라고 말한다·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심각히 생각을 해본다·열심히 들어준다·다른 사람에게 요구하기 전에 다시 한번 고려해본다·기분을 가볍게 갖고 일의 긍정적인 면을 보려 노력한다·친구가 되어준다·


낙천적인 성격을 기른다·감사의 마음은 꼭 표현하도록 한다·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하는 일을 가치 있게 생각한다·길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으면 피해가지 말고 주워서 버린다·자신만만하게 걷는다·매일 한사람에게 아름다운 면을 찾도록 한다

·누가 길가에서 차바퀴를 바꾸고 있으면 가서 도와준다·비타민C를 남들과 나눠 먹는다·누군가에게 시를 적어 보내준다·우체국 아저씨에게 작은 선물을 준다·남들의 실수를 용서해준다·자신의 실수도 용서한다·주차장에 차를 세울 때는 두 자리를 차지하지 않도록 조심한다·오락을 할 때 상대편에게 져준다·오래된 원한은 잊어버린다·

옛날에 들은 농담을 되새기며 다시 웃어본다·아이들을 데리고 공원에 간다·친구의 귀와 눈이 되어준다·남을 비평하고 싶은 충동을 누른다·사랑하는 사람에게 좋아하는 포도주를 사준다.

101개 중 41개를 뺀 60개의 선물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꼭 선물 할만 하고 새로운 것인 줄 알았던 사람들은 실망할 것이다. 왜냐하면 풀어놓은 선물 보따리엔 일상생활에서 늘 할 수 있고 볼 수 있는 일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잊기 쉬운 일들이다.

잊기 쉬운 것이기에 더 실천하기 어려운지 모른다. 60개의 선물은 일년 내내 돈들이지 않고 줄 수 있다. 그러나 쉽지 않다. 단 몇 개라도 선물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명국 <종교전문기자. 목회학 박사>
myong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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