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해의 좌우명

2004-01-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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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날드 다빈치는 <잘 보낸 하루가 평안한 잠을 주듯이 훌륭하게 보낸 생애는 편안한 죽음을 준다>는 좌우명을 마음에 갖고 일생을 살았다고 한다. 그러기에 저 유명한 모나리자의 영원한 미소를 그렸나 보다.

푸른 꿈을 안고 밤을 낮삼아 분투노력하는 고시생들은 <하면 된다> <정신일도 하사불성>이란 좌우명을 책상 앞에 붙여놓고 전심 전력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하고 있다.

오래동안 내려오는 우리 가정의 가훈 <사랑하자, 감사하자, 진실하자(사랑함으로 기쁨이 있고, 감사함으로 행복이 오며, 진실함으로 두려움이 없다)>을 음미하면서 마음의 평안과 행복을 느끼곤 한다.


내가 초등학교 때 교훈은 <아는 것이 힘이다> 였다. 교훈을 볼 때마다 마음이 용솟음 쳐 힘을 기르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던 생각이 떠오른다.좌우명이란 ‘마음 다짐’을 뜻한다. 즉, 인생의 표지판이다.

길을 가다 표지판이 없으면 헤매는 것처럼 인생의 표지판이 없으면 삶이 방황하게 된다.올림픽의 표어는 <더 빨리, 더 멀리, 더 높게> 이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승리의 월계관을 머리에 쓰기 위해 지금도 피나는 노력을 쏟고 있다.

미국의 국시는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으로부터 공직자들과 지도자들이 국가와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서 애쓰는 것을 우리는 본다.

한국의 모범적 제약회사 유한양행의 슬로건은 <국민 건강> 이었다. 제약회사를 설립한 유일한씨는, 일본사람들이 한국의 기름진 쌀을 일본군의 군량미로 공출이라는 명목으로 강제로 빼앗아 갔기에 국민들이 굶주려 건강을 잃었으므로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길은 “국민 건강이 제일”이라 생각하고 질 좋은 종합영양제를 생산해 싼 값에 공급하여 국민 건강에 크게 이바지 했다.

유일한씨는 미국 유학으로 독학하면서 독특한 아이디어로 콩나물을 길러 곱게 다듬어서 반지(얇은 종이)로 예쁘게 포장하여 시장에 팔아 등록금도 내고 돈도 벌었다. 컬럼비아대학 동창생인 친구가 코카콜라 회사 중직에 있으면서 한국에 코카콜라를 팔면 많은 돈을 벌 것이라고 권유했으나 돈을 벌 줄 알면서도 친구의 배려를 거부하고 제약회사를 세운 것은 오직 나라 사랑, 국민건강의 좌우명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하나뿐인 아들을 미국
에 유학 보내면서 비행기표만 사주고 스스로 노력으로 공부하라고 하며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사람이 아니면 인생의 맛을 모른다> 교훈을 주었다고 한다.

유한 기술고등학교를 설립하고 전학생을 장학금으로 교육시킨 유일한 선생, 그는 참애국자요, 교육자며, 인격자였다.아무리 기름진 땅이라도 경작하지 않으면 풍작을 낼 수 없듯이 사람은 고난과 싸우며 그 땀방울이 땅을 적실 때 인생의 나무는 푸르고 싱싱하게 자라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다.

‘존 밀’은 <살찌고 만족한 돼지 보다 차라리 소크라테스 됨이 낫다>고 했다. 성공하기 보다는 가치 있는 삶이 더 소중한 것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인격의 3요소를 덕(德) 체(體) 지(智)라고 했다. 그 중에 덕을 제일로 한 것은 도덕을 참이라고 했다. 참이란 거짓이 없는 것, 성실과 진실이라고 하였다. 칸트는 <세상의 황금도 덕 보다 못하다>고 하였다. 도산은 <죽더라도 그 짓이 없으라>고 강조하였다.

우리 민족이 일본의 침략을 받게 된 것도 그 짓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 짓은 자신도 망하고 가정도 무너지며 나라도 패망하게 된다고 역설했다.

2004년, 희망찬 새해엔 ‘덕’ ‘체’ ‘지’를 마음에 담고 승리의 북소리가 울리는 동포사회와 사랑하는 조국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황재봉(도산사상 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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