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법인 ‘코리아 잉크’

2004-01-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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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관 외교 전격 경질’, ‘실업자 절반이 청년층’, ‘20, 30대 남녀 40% 부부 문제 못풀면 이혼하는게 낫다’. 16일자 한국일보 본국지 1면 기사 제목들이다.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현황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내용이다.

이들 기사와 함께 실린 사진은 더욱 가관이다. 조순형 대표 등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청와대 입구에서 민주당을 반개혁 세력으로 지칭한 노무
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입에 마스크를 쓴 채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는 장면이다. 국민을 대표해 협상과 타협이 직업인 정치인들이 거리에서 시위를 하며 문제 해결을 접근한다는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

만일 한국을 ‘코리아 주식회사’로 가정한다면 이날 신문 1면은 부도 위기 보고서나 다름없다. 특히 이날 톱기사인 외교장관 경질 소식은 코리아 주식회사 사장이 대외담당 총책임자의 목을 날렸다는 의미다.


’코리아 주식회사’의 정치가 비틀거리고 경제가 바닥을 기고 사회 가치관이 무너지고 미래가 어둡다는 보고서를 접한 투자가들은 돈을 빼내가기 마련이다. 채권자들은 빚독촉에 나서 법정관리 신청에 들어가야 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윤 장관, 즉 ‘코리아 주식회사’ 대외담당은 ‘회사가 국제시장 관계 안에서 회사의 이익을 추구할 여지를 찾아야 하는데 회사 간부와 직원들인 정부 일부와 국민, 여론 주도층이 이런 시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진정한 자주 회사가 되려면 모두 국제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의 문제 해결책까지 내 놓았다.

’달나라에 기지를 설립하는 목표를 조지 부시 대통령이 지지하다’, ‘580억달러 협상이 2개의 미 금융계 거인들을 합병시킨다’, 자격 미달 교사들 해고가 빨라진다’ 등은 15일자 뉴욕타임스 1면 기사 제목이다. 이는 한국 노무현 대통령 즉 ‘코리아 주식회사’ 사장이 대외담당, 소위 외교장관에게 ‘숭미’라는 딱지를 부쳐 해고하면서 일전도 불사할 대상으로 꼽는 ‘아메리카 주식회사’의 영업실태 보고서이다.

비단 15일에만 코리아 주식회사와 아메리카 주식회사의 영업실태 보고서가 비교되는 것은 아니다. 거의 매일이다시피 크게 대비되는 두 회사의 보고서를 접하면 안타까움과 함께 저절로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신용일 취재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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