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의 25시

2004-01-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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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소장파라는 젊은 정치인들의 활동을 한동안 지켜본 국민들은 말할 수 없는 실망 속에서 ‘구관이 명관’이라는 옛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신진대사를 하겠다면서 한 때는 5,6공 인사 퇴진론을 주장하면서 청렴결백한 정치를 하겠노라고 법석을 떨었던 것이다. 노무현대통령은 스스로 자기 자신과 코드가 맞는 인물들, 소위 386세대를 중심으로 한 노사모의 인물들로 구성된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을 은밀한 중에 국민에게 제시하였다.

좌(左)희정과 우(右)광재는 노무현의 왼팔과 오른팔을 의미하는 인물들로서 386세대의 대표 인물들인 것이며 대통령선거 당시 노후보 캠프측의 불법자금 모금활동에 누구보다도 깊숙히 관련된 인물들이었던 것이다.


이 이외에도 부산과 386세대 중 강금원 창신섬유 대표,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그리고 선봉술 전 장수천 대표는 노무현과 불법 선거자금을 동업으로 운영하여 현재 구속돼 있거나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노무현대통령은 “불법 대선자금을 쓴 데 대해서는 국민에게 죄송하다”라고 이를 사과하면서 불법 대선자금 조성을 시인하였던 것이다. “만약 우리가 쓴 불법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대통령직을 걸고 정계를 은퇴할 용의가 있다”라는 법적으로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 담화를 발표한 것은 국민으로서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며 자기의 비행을 남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럽기만 하다.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이 이를 후회하면서 국민에게 간접적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았고, 노무현대통령은 “못 해먹겠다” “여차하면 물러나겠다”라는 말을 하면서 언론인들을 향하여 “잘 봐 달라” 또는 “안 부장 때문에 죽을 맛”이라는 등 하여서는 안될 말들을 너무 많이 하므로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을 뿐만 아니라 지도자로서 인격과 존중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부산상고 총 동창회에서는 2003년도 송년회를 하지 않겠노라고 발표했으며 응당 있어야 할 동문인 노무현대통령 취임 1주년 기념을 축하하는 송년회 모임을 취소한 것은 국가적으로 신임을 못 받고 있는 대통령과 그의 친인사들의 과거 비행을 국민들이 용서 안하는 현실에서 자신들을 자숙하는 의미라고 판단되는 것이다.

그리스의 전통으로 이어받은 미(美)를 사랑함이 없고 로마로부터 이어받은 존법정신의 미숙함과 그리고 그리스도가 많은 고난을 무릅쓰고 온 세상에 전파한 인간들 상호간의 사랑이 결핍한 2차대전 당시 유럽의 현실을 묘사한 루마니아의 유명한 작가 콘스탄틴 비르질 게오르규는 유럽 문명이 처해있는 시간을 25시라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

한국의 오늘날 정치판이 여야를 막론하고 불법 대선자금으로 혼란을 일으키면서 국민들은 실망과 좌절 속에서 암울한 새 해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경제적으로 고난을 당하면서도 한국문화의 부실과 교육제도의 궁핍한 현실을 도피하기 위하여 막대한 재산을 낭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효과 무능의 조기 유학을 시도하고 있는 한국을 볼 때 한국에도 정녕 25시는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염려스럽다.

온 국민은 모두 힘을 합하여 현실을 도피하지 말고 세대를 초월한 올바른 정치인을 발굴하여 부정과 부패를 소멸하는 희망의 정치를 할 수 있는 새 해가 되기를 염원한다.
곽건용(커네티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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