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산에 올라가서 얻는 것들

2004-01-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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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기가 특별하게 좋아하는 것이 한 두가지씩은 있다. 나는 산을 좋아한다. 산을 바라보고 감상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등산하는 것은 더욱 좋아한다. 절벽에 줄을 걸고 올라가는 것 보다는 걸어서 올라가는 등산을 매우 좋아한다. 산은 나에게 좋은 추억을 많이 남겨놓았다.

유치원 때였던가, 부모님이 기도하러 가시던 삼각산 따라갔던 일, 이런 시절 아버님과 함께 가끔 올라가던 연세대학교의 뒷산, 서울에서 초등학교 다닐 때 소풍 가던 관악산, 학교 다닐 때 오고 가며 바라보던 신촌의 노고산,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국군의 날 비행기 쇼를 보려고 가던 와우산, 대학교 일학년 때 병동 합창단에서 선배들과 갔던 한라산, 신학교 졸업여행
으로 가서 달밤에 험한 산을 넘었던 설악산, 답십리에 있는 교회에서 전도사 일을 할 때 청년들과 가끔 가던 삼악산, 군대생활 하면서 훈련병 때 점령했던 천자봉, 그리고 눈물고개가 있던 진해 앞바다가 보이는 산, 몇년 전 이스라엘로 교인들과 함께 성지순례를 가서 감격 가운데 새벽 2시에 일어나 올라가던 모세의 시내산, 2년 전 중국 연변에 단기선교단을 이끌고 가서 함께 올라가던 높고 광활해 보이던 신비스러운 백두산 등등.

크고 작은 산들이 많은 한국을 떠나 미국에 건너온 이후로는 산을 별로 올라가지 못했다. 그렇지만 일년에 한두번은 시간을 내어 뉴저지에 있는 베어마운틴을 혼자 올라갔다가 왔다.


쉬지 않고 걸어 올라가는데 약 40분이 걸렸다.겨울산에 오르는 맛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얼음도 약간 있고 쌀쌀한 겨울이지만 한참 걸어서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니 어느새 온 몸에서 땀이 나고 맑은 산 공기가 가슴속으로 시원하게 들어오는 것이었다.

산 꼭대기에서 눈을 감고 잠깐 동안 과거, 미래, 현재를 인도하시는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베어마운틴 정상에서 멀리 사방을 내려다 보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감상하였다.

그 산꼭대기에는 탑이 있고, 그 옆은 넓은 바위가 덮여있는데 거기에 사람의 키 보다 조금 큰 소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나는 약 30분간을 산꼭대기에서 하늘에서 비치는 태양의 햇살을 받으며 그 소나무를 바라보고 묵상을 하였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견딘 소나무, 온갖 벌레와 비바람과 눈보라를 이긴 그 소나무, 목마름과 어두움을 물리치고 파랗게 서 있는 그 소나무는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는 듯 하였다.

참으로 영육간에 새 힘을 얻는 경험을 베어 마운틴 꼭대기에서 하였다.
지금 사람들은 모든 것이 최고로 발달된 과학과 문명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사람들은 일상 생활의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 그 지루함을 벗어나보려고 여러가지 취미를 가져 본다. 또는 안 좋은 각종 중독과 쾌락에 빠지기도 하는 것이다.

나는 일상생활의 지루함을 극복할 뿐 아니라 새로운 활력소가 되는 것을 하나 추천한다. 그것은 가끔 산에 올라가는 것이다. 산 꼭대기에 올라가면 행복한 성취감이 다가온다. 그리고 인내심이 생긴다.

산에 오르다 보면 힘들 때가 있는데, 그것을 참고 계속 올라가다 보면 인내심이 길러지는 것이다. 그리고 산길을 걸으며 자기 자신을 성찰하게 된다. 또한 산에 정기적으로 올라가면 체력이 강건해 진다.


우유를 먹는 사람 보다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는 말처럼 산에 올라가면 보약을 먹는 것 보다 더 건강해 진다. 그리고 산에 가서 궁극적으로는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끼면서 인간과 우주와 온갖 자연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을 깊게 느끼며 만나게 된다. 그래서 누군가의 말처럼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성품이 좋아지고 생활이 깨끗하게 되는 것이다.

자!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가끔 산에 올라가 보자.


유재도(땅끝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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