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겨울은 겨울다워야’

2004-01-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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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
강추위가 몰려왔다. 처마 밑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열렸다. 어제는 눈발도 날렸다. 옷깃을 여미고 어깨를 더 움츠리게 한다. 동장군은 심술부리기에 신이 난 듯 하다. 한파가 기승을 부릴수록 하늘은 맑고 투명하다. 겨울 맛을 코에 찡하게 느끼게 하는 날들의 연속이다.

강추위가 떠날 줄 모른다. 이번 주말은 더욱 춥단다. 잔뜩 웅크린 사람들의 어깨가 더 움츠리게 하는 이 겨울.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 하지만 마음속까지 추워하며 겨울을 나는 이들. 그들을 위해서는 이제 그만 따뜻해졌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다음주부터는 기온이 풀린다니 그들에게는 다행스런 소식이다.

어찌됐건 겨울은 추워야 한다. 겨울다워야 한다는 말이다. 모든 것은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일 때 맛이 나고 멋이 있다. 겨울은 춥기도 춥거니와 눈마저 펑펑 쏟아지면 더욱 겨울답다. 겨울은 추위와 흰눈이 내려야 제 맛이 난다는 것일 게다.


뉴욕 날씨는 한국과 비슷하다. 지금 한국은 전국한파. 서울은 13일 섭씨 영하 10도를 기록했다.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 한다. 뉴욕도 오는 금요일 최저 기온이 화씨 2도까지 뚝 떨어진다는 예보다. 뉴욕과 한국에 매서운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는 것이다. 가난과 추위를 견디기 힘든 이들에게는 어줍잖은 얘기지만 겨울다운 겨울인 것이다.

뉴욕과 한국은 사계절이 있다. 겨울에는 추운 맛이 있듯 봄, 여름, 가을 또한 각기 지니고 있는 계절의 맛이 다르다.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듯 봄은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는 생동감의 싱싱함이 제 맛이다. 여름은 태양 빛이 내리쬐는 따가움과 열대야가 있어야 제 맛이고 가을은 고독과 낭만에 푹 빠질 수 있는 서늘함이 제 맛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나름대로 좋아하는 계절이 있다.어떤 계절이 좋습니까? 라고 물으면 봄이 좋다, 여름이 좋다, 가을이 좋다, 겨울이 좋다 등 제 각각이다. 하지만 사계절을 다 좋아하는 것은 어떨까?

봄은 봄다워 좋고 여름은 여름다워 좋고 가을은 가을다워 좋고 겨울은 겨울다워 좋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계절은 봄답고, 여름답고, 가을답고 그리고 겨울다울 때 더욱 제 맛의 빛을 발할 수 있다.

우리 역시도 마찬가지일 게다.어린이는 어린이다워야 한다. 20대는 20대다워야 하고, 30대는 30대다워야 하며, 40대는 40대다워야 한다. 50대는 50대다움, 60대는 60대다움이 그리고 한인사회의 최고 어른들은 어른다움이 있어야 제 모습이며 제 멋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너무 어른답게 행동하면 기특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애늙은이 같아 보인다. 늙었는데 젊어 보인다고 좋아할 일도 아니다. 나이가 들면 젊어 보이는 것보다 멋있게 늙어 가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이란 말이다. 왜냐면, 각기 자기다운 것이 제 모습이자 제 멋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기다움을 모르거나 잊고 생활할 때가 꾀 있다. 분수에 넘치는 일을 하다가 남의 웃음거리가 될 때도 있다. 경제적 능력에 비해 무리한 투자를 했다가 쫄딱 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때로는 명예욕에 흠뻑 취해 나서야 할 때와 나서지 못할 때를 구분 못하는 행동으로 ‘주책바가지’이라는 비난을 받는 이들도 있다. 심지어 자신의 분수를 제대로 알지 못함으로 자기뿐 아니라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경우도 왕왕 있다.때문에 사람들은 자기 위치를 지킨다는 것, 분수를 지킬 줄 안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하듯 사람들도 각기 자기다워야 한다.’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우리에게도 자기다움이 무엇인지 먼저 살피고 자기다움을 잃지 않고 자기답게 사는 생활모습이 필요할 때이다.

연창흠 <편집위원>
chye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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