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새해에는...

2004-01-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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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은 가능성의 여부라는 두 마디로서 길이 갈리고 결론은 성패라는 두 마디로서 확인이 됩니다. 길을 가기 전에도 우리는 목적지를 세워놓고 어디로 갈까, 무엇을 타고 갈까, 어떻게 갈까를 생각합니다.

방향을 정하면 일단 길은 생깁니다. 그렇다고 그 길이 꼭 정도가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 길이란 우선 막연할 뿐일 것입니다. 막연하게 시작해도 용서가 될 때란 세상에 처음 올 때와 화려한 꿈 하나 잘못 들고 미국으로 이민왔을 때 뿐이지 이 땅에서 살겠다고 마음으로 작정하고 나섰다면 새해가 올 때마다 무엇을 할 것이며 어떻게 할 것이라는 것 쯤은 계획해 두는 것이 본인에게도 좋고 또한 새롭게 오는 한 해에 대한 예의이기도 합니다.

입학철이 되면 누가 무슨 대학에 조기입학을 했다고 신문에 사진을 곁들인 기사가 나옵니다. 기특하기도 하고 우리끼리라도 자랑스러워 해야 할 경사입니다. 그러나 하바드대학을 나왔다고 꼭 성공을 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평판 좋은 병원이나 변호사 사무실, 혹은 회계사 사무실을 가보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학교에서 공부를 마친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 분들은 계획을 잘 세우고 살아오신 분들입니다. 내가 아는 한 분은 중년에 식당을 경영하면서 전날에 계획한 계획서를 들고 아침마다 시장을 한바퀴 돕니다. 그러니 허둥대는 법이 없습니다.

인생살이는 허울로서 써먹는 가식이 아닙니다. 거렁뱅이도 계획만 잘 세우면 수고를 덜고 먹을 것은 더 많이 거두어 들입니다. 그러니 새해에는 헛된 욕심 보다는 계획을 우선 잘 세워야 할 줄 압니다.

이번에는 아주 다른 말씀을 드려야 하겠습니다. 남편은 좋으나 시부모는 밉다. 모시기도 싫고 같이 살기도 싫고 심지어는 가까이 살기도 싫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특별한 경우를 빼놓고 남편들은 장인 장모나 처가를 미워하지 않는데 며느리가 된 사람은 특별한 몇 분을 빼놓고는 모두 시부모를 미워합니다. 그 까닭을 모르겠습니다. 남편을 사랑한다면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미워하면 병이 납니다.

금세기에는 눈치라는 현대의 필수품이 하나 더 늘은 셈입니다. 시부모만 아니라 이제는 친부모도 눈치 보기에 마음이 불안합니다. 서럽기 짝이 없을 것입니다.요새 부모들은 미국밥 잘 먹어서 살이 찌는 것이 아니라 눈치밥으로 살이 부어오르는 것입니다. 아침밥 몇 술 뜨고는 동네의 공원으로 빨리 나가 주거나 아니면 하루종일 길을 걷더라도 좌우간에 집을 나와주는 것이 상책이 되었고, 저녁에도 빨리 방으로 들어가 숨는 것이 현명한 처사가 된 것입니다. 며느리도 그렇고 자식도 그렇습니다. 부모를 서럽게 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들도 어느 때인가는 눈치밥으로 눈물 뺄 때가 있을 겁니다.나의 위치란 아래로는 자식이 있고 위로는 부모가 있습니다. 따지자면 내 아버지도 나에게 섭섭하게 한 것이 많지만 양로원에 계신 아버지를 찾아갈 때마다 나는 좋은 얘기와 좋았던 옛날 추억만을 간신히 추려서 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리고 옵니다. 지나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짧은 인생입니다. 좋은 게 좋습니다. 웃으면서 서로를 위하면 편안해집니다. 편하게 삽시다.

길게 잡아 인생 팔십, 팔십의 하나인 올 한 해에 자식에게도 시부모에게도 나를 위한 재 중심의 이기주의자가 되지 말고 마음먹고 해보고 싶은 새해의 좋은 계획에서 철저히 웃는 사람이 되는 것이 좋겠습니다.

김윤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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