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치사한 사람들

2004-01-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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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盜는 大權인가. 大道는 無門이라고도 했다. 국회도 보호해 준다. 요사이 신문에는 모두 먹었다는 소식 뿐이다. 좀도둑은 신문에 나올 공간이 없다. 모두 주었니, 안 받았니 하면서도 하루밤만 들어갔다. 나오면 하나같이 억(億)이다. 한 자리의 억이 아니라 백에 억이라야 당당하게(?) 사진과 함께 시대의 영웅처럼 등단한다.

한 장의 수표로 거래되던 것이 007 가방으로 날렵하게 제임스 본드를 흉내 내더니 세월의 흐름에 따라 라면 상자로 그 부피가 바뀌어 배달 되었었는데 2003년에는 김장 때 무우 배추를 사들이듯이 차떼기로 고속도로 선상에서 접수했다.

총선이 다가오면 아예 은행 금고채 열쇠 하나로 주고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기야 한 나라의 대권도 어쩌다 마우스로 그렇게 넘어갔는데 시류 감각에 무딘 이곳 동포들의 체감으로는 느낄 수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햇볕을 퍼다주고 음지로 만든 공로로 상을 받고 눈썹 하나 까딱 안 하시는 분 ▲10분의 1이면 손을 들겠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만일 10의 0.9면 어찌 되나) ▲당의 은총으로 오랜 세월 영감님으로 있다가 돌연 떠나신 분 ▲야합(野合)으로 긁어 모은 자금인데 알고보니 서로 딴 주머니 차고 배달 사고라고 한다.▲법을 잘 아는 사람이 수감자에게 통신의 편의를 제공하고 챙긴 분 ▲아들에게 세습하시는 당회장님 ▲재주는 운동선수가 넘고 돈은 All in Pick 하셨다는 분 ▲300여명이 모이던 것을 100이 안되게 하시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후안(厚顔) 등등…

사회 각계 각층의 유명인사(?)들의 무치의 행적은 뺏어 먹다, 혼자 먹다, 크게 먹다, 몰래 먹다 치사하게 먹다. 들통만, 방법도 여러가지이다. 그 중에서도 정말(政) 치사(治)한 사람들(人)은 정치인들인 것 같다.

해와 달(썬 앤 문)이 있는 곳에서 주고 받았는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면서 “눈앞이 캄캄하다”고 하니 그래서 ‘못해먹겠다’면 그에게 무슨 비전이 있겠는가. 앞이 안 보이니 낙향을 권해야 겠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근면하고 있는 이곳 이민자들은 아슬아슬한 조국의 무너져 내릴 것 같은 현실을 家和萬事成이 아니라 國禍亡事成 될 것 같아 심히 불안하다.

지금까지 저지른 온갖 잘못된 것 모두 청산하고 새해에는 국민들로부터 잘 했다고 致謝를 받는 나라의 봉사자들이 되기를 바란다.


박 상 기 (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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