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영감의 독백’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

2004-01-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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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어머님이 무릎 관절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 플러싱 유니언 스트릿에 위치한 너싱홈에서 한 달 가량을 지내시게 되었다. 다행이 개인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식당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매일 너싱홈을 들르게 됐는데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휠체어를 탄 많은 노인들을 만나게 되었다. 모두가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이곳에 계신 분들일텐데 ‘과연
이 분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며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2004년 새해를 맞았고 지금 막 태어난 갓난아기부터 100세를 눈앞에 둔 어른들까지 우리 모두는 인생이란 모래시계 속에서 흘러내리는 시간을 지내고 있다. 누구도 막을 수도 없고 거스를 수도 없다.

가끔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잊고 지낸다. 특히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정성을 보내는데 너무 인색해 있다. 이는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의 무관심 때문에 기인한 바 크다.


정초를 맞아 올해에는 좀 더 나은 삶과 동포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모두가 하루하루를 정직하게, 따뜻하게 사는 것이 인생에 후회를 덜 남기는 삶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모두가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어렵고 외로운 이들에게 마음을 베푼다면 동포들의 단합은 저절로 이뤄지리라 본다. 주제넘은 이야기 같지만 어려운 사람을 만났을때 머뭇거려서는 안된다.

우리의 능력이 먼 곳의 사람까지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가까이 있는 이웃을 모른 체 해서야 될 말인가.오는 11일 오후 4시 플러싱 고등학교 강당에서 노인 문제를 주제로 한 모노드라마 ‘김영감의 독백’이 공연된다. 연출은 물론 직접 주연을 맡은 김대동 목사는 종교를 떠나 우리 모두가 겪게될 인생의 황혼을 적나라하게 그려낼 것이다

서울 양천구 글로리아 교회의 담임목사이기도 한 김대동 목사는 서울신학대 가정사역연구소 부소장으로 한국에서 지역사회 노인복지관, 경로대학 등에서 600회에 달하는 노인 관련 강연을 해오기도 했다.

김 목사는 아직 젊지만 미래의 노인과 현재의 노인이 ‘김영감의 독백’을 함께 보면서 서로 공감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때문에 서울에서의 바쁜 일정을 모두 뒤로 미루고 뉴욕 한인들을 위해 어렵게 공연을 마련했다.

노인들은 물론 부모를 모시고 사는 자식, 손자 손녀들 모두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게될 이 모노드라마는 한국, 일본, 미국에서 총 128회의 공연을 가졌다. 입장료는 5달러이지만 한아름마트 후원으로 티켓 구입시 5달러짜리 한아름 상품권을 받는다. 또 스카이라이너에서는 엘머스트와 잭슨하이츠에서 버스편을 공연장까지 제공할 예정이며 뉴욕한인봉사센터(KCS)도 이번 행사를 돕기 위해 적극 나섰다.

공연을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 드리며 이번 ‘김영감의 독백’이 뉴욕 한인사회에서 ‘노인 문제’를 다시금 상기하고 당면한 어려움을 풀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신상헌 고국결식아동돕기후원 뉴욕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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