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면서 느끼면서

2004-01-0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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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들면 고향이란 말은 있지만 이 땅에 살수록 역시 미국이고 타향이다.

타문화와 같이 살고 있으니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보는 것들이 우리와 대조가 되고 비교가 된다. 이것도 병이라면 비교병이 될 것이다.

뉴욕에는 한국식당이 많이 생겨 우리 음식문화를 널리 세계적으로 선전 보급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위치나 내부장식, 시설도 국제적인 수준을 구비한 곳도 있다. 외국손님을 초청하여 요담을 할 때 손색없는 곳도 여러 곳 있다. 그런데 손님을 대하는 종업원의 서비스 수준이 같은 업계의 미국 수준과 격차가 심하고 개선되지를 않는다.


사정과 이유가 있어 날과 장소를 택해 오찬도, 만찬도 하면서 요담한다. 칵테일도, 식사도 주문을 잘 받고나면 손님들이 이야기를 나눈다. 그 도중에 칵테일을 들고와서는 누가 무엇을 주문했느냐고 새삼 묻고 서빙을 하니 진행중의 말이 중단될 수 밖에 없다.

식사 주문도 마찬가지다. 7~8명이 한 테이블에 있으면 각자 구미가 다르니 문제가 크고 사전에 계획했던 요담의 성과가 기대와는 다를 수가 있고, 누가 누구를 서브하는지 모르겠다.

같은 수준의 외국식당은 이런 경우가 거의 없다. 종업원도 전문화 되어 있고 생업을 존중하고 자기 자신을 비하하거나 격하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선 이 분야를 임시직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 같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은 언제나, 어디서나 존경받는다. 그에 대한 높은 긍지를 가져야 한다.


김옥(플러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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