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인들에게 노동의 기회를

2004-01-0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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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와서 처음이나 17년이 지난 지금에도 한가지 특이하게 보고 느끼고 놀라운 것은 다름아닌 노년층분들이 여러 곳에, 아니 모든 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끔은 이 노인들의 업무의 느림 때문에 짜증이 난 적도 있으나 그래도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사회 환경과 여건에 탄복하면서 정말 이런 사회가 우리나라 한국에서도 있었으면 하는 부러움이다.

어느 때 부터인가는 이런 느림과 더딤이 나에게는 좋은 생각으로 전환되었다. 나 역시 늘 머리 속에는 기계처럼 필름이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왜냐하면 그 때 그 때 실수없이 일을 처리해야 되니까. 두 번의 발걸음은 하루에 버리는 시간과 일당을 생각해야 하는 것도 이유이다.


뉴욕의 생활은 1분 1초도 잠시 눈을 감고 주기도문 읊을 시간도 없는데 이 노인들의 업무의 기다림을 이용해 잠시 숨 한번 깊이 들이쉬고 잠시지만 눈을 감고 하나님께 소망 내지는 용서의 기도도 잠깐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50세가 되면 다양한 이유로(조기 또는 명예퇴직 등) 거의 사회 일선에서 물러나야 되는데 한국사회의 큰 병폐이며 또 국가나 사회적으로 노동의 많은 손실이라고 생각된다. 40대인 나의 경우에도 가사일 빼고 사회 일이 없다면 삶의 의욕을 상실할 것 같은데 하물며 남자들의 경우에 어떨까 싶은 상상이 간다.

이곳 남성 중 장년, 노년층의 경우, 여러가지 이유와 여건으로 취직도 어렵고 또 이민 적응도 어렵다.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노동에 기쁨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테고 그저 먹고 살기 위해서 죽지 못해 일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사회가 노동의 댓가를 정당하게 일일이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남자들은 사회의 일을 가정 보다는 더 우선순위로 둔
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에서도 나이가 좀 든 50대 경우에는 아예 노동의 값어치가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외국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 사람들은 회사에서 퇴사 당하기 보다는 그들 스스로 은퇴하고 싶어서 자진 퇴사한 경우들이다.

한국사회도 그렇고 우리 이민사회에서도 장·노년층들에 일할 수 있는 기회와 여건을 조성해 풀타임이 불가능하다면 파타임으로 일할 수 있으면 한다.

새해에는 사업에 큰 손실이 되지 않는다면 장·노년층에게 일자리의 문을 조금 열어봄이 어떠할까. 정녕 불가능한 일일까.


박 유 남 (플러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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