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민족의 양심으로

2004-01-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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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타의에 의해 가족과 생이별해야만 하는 사람들의 참담한 절규에 귀를 기울여 본 적이 있는가?

무수히도 많아 아마 우리의 신경이 매우 무디어졌는 지도 모른다. 이산가족의 애끓는 하소연에 너무 익숙하여 마치 잦은 항생제 복용으로 내성이 생기듯…

얼마 전 한 TV 채널을 스쳐 지나간 탈북자들의 생이별 장면은 필자의 가슴을 다시 한번 찢어놓기에 충분하였다.자유와 빵을 찾아 사선을 넘었으나 간발의 차이로 한 지아비는 처자식을 뒤로 한 채 지옥같은 북한땅으로 다시 되돌려질 운명에 처해진 것이다.


북송된 이후의 그의 처지는 우리 모두 익히 들어 알고 있다. 몸부림치며 피가 맺히도록 부르짖는 그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 그 누구도 도움을 주지 못하는 현실이 지극히 답답하다 못해 원망스러웠다.

지난 90년대 이후 굶어 죽은 북한 주민의 수가 물경 300만에 이르고 있으며 영아 살해, 강간, 생체 실험 등이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는 그 땅을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자 많은 가엾은 사람들이 탈북을 시도하고 있으나 바로 이웃 나라 중국은 아직도 체제는 사회주의인 이유와 북한과의 오랜 관계 등으로 결코 그들에게 호의적이지 못하였다.그들은 그렇다 치고 우리들의 태도는 어떠하였는가.

민주화 깃발을 들고 외쳐대던 인사들 조차도 그들의 인권을 철저히 외면하여 왔으며 작년 초,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북한 인권개선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혈통인 한국정부는 투표에 불참하는 성의(?)를 보였었다.

북한에서 ‘악’을 보았노라고 부시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낸 독일 의사 플라첸, 그는 정말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같은 민족으로서 과감하게 시도해 보지도 않는 우리들의 양심을 그는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사람이 우리의 양심을 깨우고 있다.바로 연방 상원의원 샘 브라운백이다. 지난해 말 그가 상정한 ‘북한자유법안(North Korea
Freedom Act of 2003)은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규정하여 미국에 수용하고 일명 ‘꽃잽이’로 불리우며 중국땅을 떠도는 탈북 고아들을 미국에 입양시키는 것과 대북방송 시간을 늘려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의 소리를 더 많이 들려주며, 또한 북한 민주화운동 단체들에게 지원금을 주어 궁극적으로는 독재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민족에게 인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찾아주려고 하는 법안으로서 이를 위하여 미국 정부가 약 7억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2003 회계연도부터 2006 회계연도까지 지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아주 주목할 만한 법안이다.

이는 참으로 위대한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탈북자들에게는 생명의 두레박줄이 아닌가 싶다.

종교계나 일부 단체들의 북한어린이 돕기나 식량, 구호품 보내기 등도 투명성에 입각하여 지속되어야 할 일이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자유법안’이 절실히 요구된다 하겠다.

우리와는 혈통이 다른 샘 브라운백, 그의 따스한 가슴을 천만번도 더 감사하며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감히 요청한다. 민족의 양심으로 모두 서명 운동에 동참하자고.

강은주(한인 자유민주수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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