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화려한 청사진의 그늘

2004-01-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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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미국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수년간 불황을 겪어온 미국경제가 호전을 보이면서 정부 기관과 기업들이 앞다퉈 화려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2004년이 미국경제 최고의 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까지 서슴없이 내놓고 있다.

올해부터 실시되는 감세에 따른 수혜로 소비지출이 늘어나는 데다 기업들도 새 공장과 설비에 투자를 하기 시작하면서 올 미국 경제 성장률이 지난 1984년이래 최고치인 4.7%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같은 회복세는 2000년이래 처음으로 일자리 창출이 상승세로 돌아서 올해 매달 10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증권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최고치 경신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향후 경기를 낙관한 투자가들이 증시로 대거 몰리면서 나스닥 지수가 최근 2년이래 최고치를, S&P500지수가 20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의 증시 지수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화려하고 흥분되기까지 한 청사진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어딘가 허전한 건 왜일까. 한인경제의 현실이 하나 둘씩 오버랩 된 때문일까.한인상인들에게는 이같은 미국 주류 경제의 얘기가 남의 나라 얘기로만 들릴 뿐이다. 미래에 대한 청사진 커녕 불황의 해결 기미조차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인경제가 이렇게 된 이유는 한인 주력업종의 사양화에 대한 대책 부재와 신종 업종 개발의 미흡 때문이다. 또한 동종 업종간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비용 유발과 인접점포 간의 제살깎아 먹기식 경영 또한 무시 못할 요인으로 꼽힌다.이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미래가 어떨지 답이 나와 있다.

지난 3∼4년간 경기침체의 늪에서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해야 했던 한인 업계가 재도약 하기 위해서 이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지 청사진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김노열< 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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