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개의 영화를 본 후

2004-01-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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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에 두 개의 영화를 보았다. 일주일 간격으로. 먼저 본 영화가 ‘마지막 사무라이(The Last Samurai)’이고 그 다음에 본 영화가 ‘코울드 마운틴(Cold Mountain)’이다.

이맘 때만 되면 올해의 ‘골든글로브’나 ‘아카데미’상을 겨냥한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온다. 연전의 ‘영국인 환자’가 그랬고 ‘아름다운 마음’이 그랬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나 이라크 전쟁이나 끊임없는 테러와의 전쟁 등의 영향 때문인지 전쟁을 테마로 한 영화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마지막 사무라이’는 미국의 남북전쟁(1861~1865)이 끝난 후 할 일 없어진 전쟁의 영웅이었던 북군의 장교가 일본의 명치유신(1868~1912)을 도와 일본군의 현대화에 나섰다가 옛 주군 ‘도꾸가와’ 막부를 지키려던 사무라이들에게 포로가 된 후 미국인 사무라이로 변신해 가는 이야기다.


‘코울드 마운틴’은 남북전쟁 당시의 ‘노스 캐롤라이나’의 조그마한 산 마을인 ‘코울드 마운틴’의 젊은이들이 남군에 지원, 전투하다 전선을 탈출한 탈영병과 뒤에 남은 목사의 딸과의 기다림과 사랑의 이야기다. 대강의 줄거리는 그랬던 것 같다.

나름으로 두 영화를 평가하라면 ‘마지막 사무라이’가 영상 면에서나 연기 면에서나 작품 전체가 던져주는 의미에서 ‘코울드 마운틴’을 압도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르지 못하는 사무라이들의 사무라이로서의 명예를 지켜나가며 자살행위인 줄 알면서 기관총에 맞서는 떼죽음의 장면은 처절했다.

한편 이 영화를 보는 대부분의 관객들이 유대인임을 목격했을 때, 묘한 의문 부호를 갖게 했다.인상파 화가들의 전기를 읽어보면 그 때 벌써 일본문화, 특히 회화기법이 유럽에 전파되어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데 전향적이고 외향적인 일본이 결국은 중일전쟁에서도 노일전쟁에서도 이겼는가 하면 드디어는 한국합병(1910)까지도 자행했던 일본제국으로의 발돋움을 생각케 하는 면도 있었다.

여기서 미국의 남북전쟁과 한국전쟁을 한 번 생각해 보자.남북전쟁 당시 230만의 남북 군인 중 62만명의 전사자를 내고 한국전쟁 당시는 1950년부터 휴전한 1953년 사이에 남한 130만명, 총합 285남4,000명의 전사자를 내었던 것이다. 100년 사이의 무기 형태가 변한 전쟁 양상의 변화를 볼 수 있다.

남북전쟁은 남군의 공격으로, 한국전쟁은 북한의 남침으로 4년과 3년간의 살육전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오늘은 남북전쟁을 통해서 오늘의 세계 최강의 합중국을 이루었는가 하면 한국은 아직도 현재 진행중이다.

무엇을 우리는 이 지난 역사에서 배워야 하는가.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살아갈 우리는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자문하고 있다. 그래서 시카고대학의 ‘부르스 커밍스’교수의 최신작 ‘또 하나의 국가, 북한(North Korea-Another Country)’을 읽으며 역사가 던져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

방준재(청소년재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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