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이 땅의 ‘주인’되는 첫걸음

2004-01-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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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인 4일 한인사회에서는 유권자 등록과 투표 참여 캠페인이 벌어졌다. 뉴욕한인회 산하의 정치발전위원회와 한인 권익신장위원회, 한인유권자센터가 공동으로 벌인 행사였다.

새해에는 11월에 미국의 대통령선거와 연방 상하의원 선거가 있고 이에 앞서 3월에 민주당 대선 예선, 9월에 연방 상하의원 예선이 있기 때문에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이 행사가 마련되었을 것이다.

한인사회에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정치에 참여하여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특히 선거 때가 되면 한인단체를 중심으로 유권자등록운동과 투표참여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된다. 그러나 선거에서 나타난 한인들의 정치 참여도는 실망스런 결과로 나타나기 일쑤였다. 유권자로 등록해도 실제 투표권을 행사한 사람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
다. 한인들이 정치 참여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사실 미국에 사는 사람들의 유권자로 등록하여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한다고 해서 개인에게 직접 돌아가는 실익은 별로 없다. 공화당이나 민주당이 집권할 때 이해관계가 크게 걸려있는 사람들이나 정치의식이 뚜렷한 사람들은 선거 결과에 큰 관심을 갖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어느 당과 어느 후보가 당선 되더라도 큰 차이가 없다.

한인 뿐 아니라 미국인들의 투표율이 낮은 것도 그 때문이다.그러나 민주주의가 정착한 미국에서는 선거에서 정치를 담당하는 사람을 뽑고 선거에서 당선된 사람들이 정치를 운영하여 미국의 운명을 끌고 나간다. 한인들이 미국의 정치를 직접 운영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선거에 참여함으로써 미국의 국정 운영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나아가서 미국의 운명을 결정하는데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에 살면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주인의식을 갖자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인이 될 때 가질 수 있다. 우리는 미국의 국정에 참여할 때 미국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선거에 참여하는 일은 바로 미국의 주인으로서 국정에 참여하는 일이다.

회사에서 주주가 되어야 이익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미국에서 주인이 되어야 우리의 몫을 차지할 수 있다. 미국 정치인들은 유권자 등록을 하고 투표에 참가한 사람들의 현황을 잘 알고 있다. 한인들이 투표에 많이 참여하면 할수록 그만큼 한인사회가 받을 수 있는 몫이 커질 수 있다. 바로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는 이 나라의 주인이 되어 우리의 몫을 제대로 받기 위하여 미국 정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누가 유권자 등록을 하라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고, 또 투표를 하라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우리의 후세들이 미국의 주인으로 대접 받고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올해는 미국의 주요한 선거가 있는 해이다. 새해 벽두에 시작된 유권자등록 운동과 투표참여 운동이 형식적인 운동이나 행사에 그쳐서는 안된다. 연중 내내 꾸준하게 계속되어 한인사회의 정치력을 총동원하는 성과를 거둬야 할 것이다. 또 한인들은 스스로 주인의식을 발휘하여 선거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올해의 선거를 한인 정치참여의 획기적 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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