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베팅

2004-01-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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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올인’이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지만 요즘 미국 TV에서도 지난해 라스베가스에서 열렸던 ‘2003년 월드시리즈 포커’ 대회를 연일 중계해주고 있다.(인기가 있어서인지 시도때도없이 수차례 재방송하고 있다)
이 대회는 각 선수는 2장의 카드를 히든카드로 받고 5장은 오픈돼 공동으로 사용하는 ‘홀뎀 포커(Hold’em Poker)’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카드(Community card)는 처음 3장을 먼저 펼치고, 각각 1장씩 2장을 더 펼친다.

이 게임의 묘미는 베팅에 있다. 선수는 자신의 히든카드를 먼저 받은 뒤, 3장의 카드(Flop)를 펼친 뒤, 4장째, 5장째 카드를 펼 때마다 베팅을 한다. 자신의 모든 칩을 한번에 베팅하는 올인을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심지어 커뮤니티 카드가 나오기도 전에 히든카드만으로도 올인을 하기도 한다.

카드 놀이가 확률 게임이기는 하지만 베팅에 따라 자신보다 좋은 카드를 든 사람이 포기를 할 수 있고, 자신이 2장의 좋은 카드를 들었어도 커뮤니티 카드가 5장이기 때문에 항상 조마조마하다.


신년 벽두부터 포커 게임 얘기를 하는 것은 비즈니스가 어떤 면에서 포커 게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자신이 들고 있는 카드가 중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비즈니스와 관련된 환경(포커 게임에서의 커뮤니티 카드)이 승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오랜 불경기로 한동안 ‘가만히 있는 것이 돈버는 것’이라며 넋을 놓고 있던 한인 비즈니스들이 지난 연말부터 부지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리 포기해버리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류사회의 경기 회복 전망이 소매경기에까지 영향을 미치기에는 적어도 3~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한 한인 도매업소 관계자는 경기 회복 기대가 아직 피부에 와닿지는 않지만 비즈니스환경이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사고로 베팅하려 한다고 털어놓았다.

포커 게임을 하다보면 항상 상대방이 자신보다 좋은 패를 들고 있을 것 같은 두려움이 생긴다. 하지만 월드 시리즈 포커 게임에서 우승권에 들어선 선수들을 보면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다는 점이었다.

물론 생계가 걸린 비즈니스를 포커 게임하고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커뮤니티 카드(경제 환경)가 좋아진다고 하니까 ‘이길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하는 마음이다.

김주찬 <취재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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