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악의 말’을 삼가자

2004-01-0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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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2월 말쯤이면 가까운 친구 사이에 “당신은 새 해의 결심이 무엇입니까?” 또는 “새 해의 결심을 하였습니까?”라는 인사를 나누곤 한다.

비록 짧은 인생을 살지만 우리는 모두가 건강하게, 그리고 아름다운 생을 살겠다는 의미에서 많은 이들은 새 해가 되면 나름대로 한 가지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지키면서 살기를 결심하는 것이다.

나도 매년 뚜렷한 새해의 결심(New Year’s Resolution)을 하지는 못하여도 때때로 한 가지의 결심을 하고는 이를 시행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늘 실패한 경력이 있는 것이다.


지난 주일에는 교회에서 목사의 설교를 듣는 중에 정직과 진실된 말은 동의어라는 말을 듣고 내 마음이 덜컥 하는 충격을 받았다.

지난 1년 동안 살아온 내 생의 발자취를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느끼면서 말이 많았던 생활이 후회스러웠고 나로 하여금 마음에 상처를 받은
이가 있으면 용서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말장이는 두루 돌아다니면서 남의 말, 흉을 보면서 욕을 하여 사람들 사이를 이간시키며 분쟁을 일으키고 심지어는 싸움을 조장하기도 하는 것이다. 수근수근하는 사람을 성경에서는 추악과 탐욕, 그리고 시기, 분쟁과 사기 등과 같은 불의와 동격화 하여 악덕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말이 많고 수다스러운 삶은 결코 아름다운 생활이 아님을 느끼면서 나는 2004년도의 결심으로 말을 덜 하는 생활, 특히 악을 말하지 않는 생을 살기로 결심하면서 앞으로 나의 생활에 말이 많으면 주위에서 꾸지람을 하여 이를 고칠 수 있는 내 생활이 될 수 있기를 소원하는 것이다.

하바드대학교를 방문하면 도서관 입구에 세 원숭이가 하나는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있으며 또 하나는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 원숭이는 두 손으로 입을 막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악을 듣지 말고(Hear No Evil)” “악을 보지 말며(See No Evil)” “악을 말하지 말라(Speak No Evil)”라는 뜻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명문대학에서 사회의 지도자를 육성하는 엘리트 교육으로 ‘악의 말’을 절제하는 것을 훌륭한 모토로 삼고 있음을 치하하면서 우리도 이를 본받아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차기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메릴랜드대학교에서 공보(公報)를 강의하는 빌 글레스톤(Bill Glaston) 교수는 빌 클린턴대통령 시절에 대통령 자문위원을 지낸 민주당원이면서도 부시대통령은 말이 적은 사람이며 행동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는 구식이면서도 미국문화의 신화 속에 깊숙히 간직된 사람이라고 찬사를 하였다.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대다수 백인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믿는다고 예언한 것을 신문지상을 통해 읽은 일이 있다.

말의 실수가 없는 사람은 온전한 사람이라면서 침묵을 지키는 사람은 그 영혼을 보존한다고 성경은 우리에게 교훈하고 있는 것이다.우리가 서로 아름다운 말을 주고 받을 때 그 가정 안에 사랑이 있고 친구 사이에 평화가 있으며 사회와 교회, 그리고 각 단체 안에 화평이 있는 것이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두는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이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사실을 깨닳으면서 ‘악의 말’을 하는 것은 평화를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임을 인식하여 2004년에는 ‘악의 말’ 사용을 삼가고 아름다운 말만 함으로써 사랑스러운 가정과 화평한 사회를 이루면서 친구간에 우정을 잃지 않는 삶이 있기를 비는 마음이다.

곽건용(커네티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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