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Not for Self(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2004-01-0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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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맹인 강영우 박사가 뉴욕지역에서 강연회를 가졌다. 그는 분명 불우한 환경을 딛고 용감히 일어난 영웅임이 틀림 없다. 그 아내의 봉사정신도 영웅적 활동이었다. 그녀는 기독교신앙을 갖고 남편의 가능성을 보고 남편의 눈이 되어 봉사했다. 숙명여대를 나온 여인이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는 가난한 소경의 아내가 되겠다고 했으니 얼마나 많은 반대, 조롱, 멸시가 있었겠는가.

수많은 역경, 반대, 고난, 가난이 몰아닥쳐 왔어도 좌절치 않고 처음 신앙, 첫사랑, 남편의 성공만을 바라면서 봉사하고 헌신해 온 아내의 스토리는 우리 모두에게 큰 귀감이 되고 감동을 주었다. 마침내 남편을 최초의 맹인 박사로, 부시대통령 특별보좌관(200만 미주동포 중 최고의 지위)의 자리에까지 올려 놓았다. 참으로 눈물겨운 감동의 스토리다.

강영우 박사는 말하기를 “나같은 사람에게서도 박사가 5명이나 배출되었으니 여러분도 하나님을 잘 믿고, 큰 꿈을 가지고 계속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의 강연 가운데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은 두 자녀의 교육이었다. 두 자녀를 성공시키기 위해 미국의 위대한 지도자들을 배출시킨 고교를 찾았고, 그 명문고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중학교 때부터 노력했다는 이야기였다.


미국에서 최대로 훌륭한 지도자를 배출한 고교가 필립스 아카데미이다. 조지부시 대통령 아버지도, 대통령 자신도 이 학교 출신이다. 1778년 사무엘 필립스가 설립한 고교로 건학이념, 학교 모토가 ‘Not for Self’이다.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교육의 역점, 초점이 타인과 사회를 위한 봉사자를 만드는데 두고 있다. 자신의 출세, 돈벌이, 명예, 직위 획득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타인에게 봉사하기 위한 사람을 만드는데 두고 있다. 참으로 멋있는 교육이념이다.

모든 학생은 방학 때면 100% 사회 봉사에 참여토록 한다. 그래서 젊은 시절부터 봉사정신, 헌신정신을 배우게 한다. 사실 미국의 전체 고교는 방
학이면 이 프로그램을 실천하고 대학입학시 사회활동 분야를 많이 고려한다.

미국사회를 이루는 2대 정신이 있다면 그것은 개척정신과 봉사정신이다. 어느 도시에나 미국사람들은 자원봉사로 많이 일한다. 학교 건널목에서, 도서관에서, 투표소, 적십자사, 평화봉사단, 선교사로 자원 봉사한다.

자원봉사자가 받을 급료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1년에 대충 3,000억달러 정도가 된다고 한다.뉴욕 뉴저지에 1,000여개의 교회가 있고, 성도 수만 해도 10만은 될 것 같다. 자기 교회, 자기 교인, 자기 구역인 에고(ego)의 벽을 뛰어넘어 이제는 타인에게, 타민족에게, 타국에 눈을 돌리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봉사활동을 활발히 전개해야한다.

한국 교육의 병폐, 맹점은 무엇인가. 전인교육, 봉사교육, 인간됨의 교육에 중점을 두지 못하고 일류대학에 진학하는 시험 위주의 교육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류대학을 나오면 또 3~4류 대학 나온 사람을 깔보며 산다는 것이다.

또 교육의 수장인 장관의 임기가 고작 몇개월 또는 1년이라고 한다. 또 교육정책이 1년에도 이랬다 저랬다 변화무쌍하다는 것이다. 일류병, 공주병, 자기만 옳다는 병이 한국사회를 이렇게 어지럽게 만들었다.


작금의 정치계의 모습을 보라. 사분오열, 상대 비방, 책임 전가, 고성방가, 자기 편 싸고 돌기, 당리당략 계파 만들기 등 모든 것이 남을 위하거나 상대방을 위한 것은 하나도 없다. 이 모든 것이 젊은 시절의 교육의 열매이다.

DJ는 자신을 위해, 노벨상을 받기 위해, 기업은 망하든, 국가는 사분오열 되든말든 관계치 않고 수천억을 김정일에게 뇌물로 바쳤다. 많은 기업을 망하게 하면서 햇볕정책을 구사했다. 자기가 데리고 있던 가신, 장관, 보좌관, 국회의원 등이 모두 다 뇌물사건, 부정부패, 대북사업 비리 등으로 감옥에 갔는데 자기만 살면 괜찮다고 하며 돌아다닌다.

한국사회에 언제 정직한 지도자, 남을 위해 봉사하는 지도자 슈바이처, 테레사 수녀와 같은 봉사자가 나올까?

미국사회에서도 타민족 보다 봉사자가 많이 나와야 한국민족이 대접을 받는다. 세모를 맞이하면서 타인을 도우며 봉사하며 사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

손영구(목사, 탈북난민보호 뉴욕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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