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나의 새해 소망은…

2004-01-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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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갑신(甲申)년은 원숭이의 해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께서는 옛날 어르신들이 그러셨듯이 `원숭이’ 대신 `잔나비’라고 말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본디 한국어에는 17세기까지만 해도 원숭이라는 단어가 없었다고 한다. 18세기에 와서야 한자어로 원숭이 `원’과 원숭이 `성’이 합쳐져 `원성이’가 생겨났고 지방에 따라 `어’가 `으’로 발음되듯이 `성’의 음이 `승’으로 변해 `원성이’가 `원승이’로, 다시 `원숭이’로 변천했다.

또 한자어로는 원숭이를 뜻하는 `원’의 새김 역시 `납 원’이라 하였고 여기에 동작이 날쌔고 재빠르다는 `재다’의 형용사형 `잰’이 붙어서 `잰나비’로, 다시 음운변화를 거쳐 `잔나비’가 되었다고 한다.


때때로 한국어의 어원이나 단어의 변천사를 살펴보게 되면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재미나기 이를 데 없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건만 미처 다 습득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나이에 미국에 이민 와서 그런지 몰라도 철마다 찾아오는 한국의 고유명절과 관련 풍습, 놀이문화 등도 알면 알수록 새록새록 신기하고 새롭다.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하는 동안에도 콜로라도주에 거주하는 작은아버지 식구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함께 얘기를 나누던 중 미국서 자란 사촌동생이 한국어의 다양한 표현과 숨은 뜻을 듣고 너무나 재미있어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뉴욕 한인사회가 오는 9월 개교를 목표로 추진 중인 한·영 이원언어학교 교육의 성공을 확신하게 되었다.

부디 이민자들이 이 땅에서 이룰 수 있는 또 다른 차원의 아메리칸 드림을 반드시 이뤄내는 멋진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더불어 1894년 갑신정변이 일어난지 꼭 120년만에 돌아온 올해 갑신(甲申)년은 정변의 기운이 넘쳐 금(金)의 기운이 들어오고, `쇠(金)’를 뜻하는 군대가 움직인다고 한다. 때문에 사주역학적으로도 전쟁이나 정변이 일어나는 시끄럽고 혁명적인 사태가 발생하는 해로도 풀이된다고 한다.

바라건대 올 한해 동안 모든 한인단체들이 서로 화합하여 `쇠(金)’의 기운은 물리치고 미주한인이민 역사의 새로운 100년을 향한 힘찬 도약을 하는 해가 되길 거듭 바란
다.

이정은 <특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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