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연의 소중함

2003-12-2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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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덧없이 저물어가고 있다. 그리고 어김없이 새해가 밝아올 것이며 곧이어 따뜻한 봄날이 도래될 것이다.

이를 말해 자연의 순리요, 절대 법칙일 것이며 또한 이는 무한하면서도
한 치의 착오도 없이 순환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무한의 세월 속에 우리 인간은 어느 한 순간에 태어났으며 또 언젠가는 영원한 세계 속으로 환원될 것이고 또 이는 지식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한 상관관계에서 유한한 인간세계를 지내면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것들과 이웃하며 인연을 맺게 되며 더불어 삶을 영위하며 살아가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무한한 세월 중에 잠깐의 시간대에 연(緣)하게 되었으며 부모님의 인연으로 인간세계에 태어났고 순간 의사와 간호사의 도움을 받는다.


이렇듯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하여 한평생 사노라면 사람의 인연을 비롯하여 자연에 속한 산천초목과 날고 기어가는 동물들,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사물들과 접하며 살게 마련이며 이 모두는 인연이라 할 것이다.

옛 말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다.

그런데 인연이라 하여 다 인연이라 할 수 없으며 자의든 타의든 사람을 비롯, 그 무엇들과의 인연을 맺으며 생활하게 마련인데 인연에는 좋은 인연과 악연이 있으며 그 또한 질과 정도에 따라 등차가 있다 할 것이다. 어떻든 인연은 소중한 것이다.

좋은 인연은 삶의 방패가 될 수도 있고 울타리나 그늘이 될 수 있다. 또한 좋은 인연은 삶의 질을 높여주는 안내 역할도, 또 외롭고 허함의 가슴을 완화시켜 주기도 한다.

그래서 좋은 인연은 크고 작고간에 소중하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악연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할 일이나 순간의 우발적인 악연이 따를 수 있다.

자신의 잘잘못과 무관하게 뒤에서 옆에서 치고 달려드는 경우를 우리는 접할 때가 있다. 예하여 자동차사고의 경우가 그렇다. 그리고 짐승이나 사물들과는 달리 인간은 생각할줄 안다 하여 아니,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안다 하여 만물의 영장이라 하였거늘 인간세계의 일상생활 중에도 뒤통수 얻어맞는 일이 있다. 그래서 악연도 인연이라고 말을 하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은 인연 맺음에 있어 좋은 인연만을 기원하게 되고 머리로 굴리는 인연이 아니라 뜨거운 가슴으로 정과 진실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인연이기를 원한다.


또한 그러저러한 색깔의 인연들은 좋은 인연은 좋아서 좋은데 악연에는 반드시 선덕(善德)의 베품에 반하여 악용되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 같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날 낳으시고 키워주신 부모님과의 인연이요,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일 것이며, 형제들일 것이다.

그리고 피를 나눈 형제보다도 더 좋았던 친구들 하며 이웃들일 것이다. 즉, 나를 중심으로 하여 귀하고 존경하며 아끼고 사랑스럽던 모든 인연들이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거나 영원한 이별이 있다는 것이 안타까우며 야속하기만 하다.

특히 남과 남, 그도 남자와 여자간에 맺어진 부부 인연은 특별하다. 몸은 둘이나 살과 살을 섞어가며 산다하여 황홀경 눈빛에 무아의 경지까지 합할 수 있다 하여 무촌이라 했다.

그런데 부부 인연은 특이한 면이 있다. 아마도 한평생 사는 동안 가장 많이 싸움질한 상대도 배우자 만큼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가장 가까이에서 한 이불을 덮고 함께 한다. 그래서 부부 인연에는 고운 정과 미운 정이 따로 있으며 이 중에 미운 정이 다소 많아야 백년해로의 인연인 경우가 많다 한다. 그래서 부부지간의 싸움을 ‘칼로 물 베기’라 했나 보다.

또 자식과의 인연은 어떠한가. 옛말에 “자식은 어려서나 자식이지 크면 남보다도 못한 게 자식”이라 했다. 낳아서 키워주고 공부시켜 주고 하는 동안 기쁨 받는 것과 마음 상하고 슬프게 한 것을 비교하면 어떠한가. 그래서 너희들도 나이 먹고 자식 키워봐야 부모 마음 안다는 말이 나오게 되는가 보다.

또 형제지간은 어떠한가. 이웃사촌 보다 못한 것이 형제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 가까운 좋은 인연의 이웃은 형제 보다 나을 수가 있으며 또 참 좋은 친구는 피를 나눈 형제 인연보다 나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전부가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닐성 싶다.

여하튼 태어남의 인연에서부터 환경과 여건에 따라서나 후천적 변화과정 등에서 인연의 가치성도 달라질 것으로 본다.

결론적으로 사람이 한 세상 사노라 할 때의 인연에는 사람과의 인연을 비롯해 자연과 그 동식물, 그리고 인간이 만든 수많은 인연의 사물들도 있으며 그 중에는 손때 묻고 정들었던 것들이 있을 것이다.

끝으로 문화와 언어, 그리고 환경과 여건이 다른 이곳 이국땅, 여기서 좋은 인연으로 하여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일터가 있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으니 늘 감사하며 인연의 소중함을 가슴에 담고 열심히 살고자 한다.

그리고 새해에는 악연은 없도록 하고 선덕을 쌓을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을 따라서 선덕을 베풀 수 있어 받는 기쁨 보다 더한 주는 기쁨을 가질 수 있도록 함을 소망하며 소중한 좋은 인연만을 만날 수 있도록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상로(베이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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