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밝은 새해 아침을 힘차게 맞이하자

2003-12-2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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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다사다난했던 2003년의 한 해가 마지막을 고하면서 성탄절과 세모의 한 해를 송구영신하고 있다.

우리는 매년 묵은 해를 보내며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수없이 많은 후회와 새로운 희망으로 가슴 설레이며 한 해를 바꾸며 살아왔다.

20세기를 맞이하였던 2000년이 바로 엊그제인 듯 싶은데 어언 2004년의 새로운 칼렌더를 준비하는 마음이 어딘가 착잡한 것은 비단 나 홀로만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 때쯤 되면 아마도 고국에서는 연말 분위기에 흠쩍 젖어 흥청거리며 한 해를 마감하리란 생각이 든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성탄절은 하나의 우리들 명절로 다가왔다.

연말이 되면 모처럼의 통행금지가 해제되는 크리스마스 전야와 12월 31일 제야에는 수많은 선남선녀들은 물론이고 모든 국민들이 마음놓고 밤새도록 축제를 즐기며 한 해를 보냈다.

성탄절 전야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친구, 친지들이 어울려 선물을 주고 받으며 자축하며 거리를 쏘다니곤 하였다. 또한 12월 31일 제야에 서울에서는 종로의 보신각 종이 33번 타종되면서 새해를 맞이하는 감회로 자축들을 한 기억이 지금도 잔잔한 감흥으로 가슴에 다가선다.

한 해를 마감하고 결산하며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새로운 계획들을 마련하는 시기인지라 사람들의 마음은 앞서고 설레이며 일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때이기도 하다.

세월은 진정 무심하기도 하며 어느 누구의 제어도 받지 않으며 화살과 같이 지나가고 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하였는데 사실 이민생활 10여년의 세월은 영욕속에 점철되어 어떻게 세월을 보냈는지 모를 만큼 추억도 없으며 별로 기억도 없을 만큼 바쁘게 살아왔다.

이민생활에서 우리들의 각종 명절도 잊고 살아간다. 심지어는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생일까지도 망각하며 살아간다. 이민생활의 바쁜 일정 속에서 솔직히 서글프기도 하며 재미 없는 삶에 대한 후회감도 없지 않다.
여기서 잠깐 미국인들의 연말 분위기를 살펴본다.


어딘가 안정적이면서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동네마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각종 장식품들로 집에 치장을 하여 야간이면 울긋불긋 불야성을 이루며 각종 백화점과 선물센터들은 커다랗게 대목을 맞아 분위기가 한창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며 가족들과의 모임으로 조용한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

오히려 미국인들의 연말은 정적이며 무게가 실려있는데 반해 우리 한인들의 연말은 동적이며 흥분에 감싸여있는 분위기다.

이제 우리도 어차피 이곳에서 살아야 하는 입장에서 볼 때, 이제는 좀 더 이곳 분위기에 다가가 가족들과 이웃들과 어울리며 향수도 잊어버리고 우리 나름대로의 삶의 지표를 정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이민자라는 불안한 감정 따위는 떨쳐버리고 자연스럽게 이곳 생활에 동화되어 우리들의 권리도 마음껏 행사하며 우리들 분위기에 젖어 각종 우리들의 명절과 미국의 명절들을 슬기롭게 지켜나가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다가오는 2004년, 우리는 결연한 의지로서 좀 더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마음 먹은 계획을 차분히 실천하여 매년 공염불에 그쳐야 했던 우리들의 희망과 계획들이 소원 성취될 수 있도록 모든 동포들이 하나가 되어 일사분란하게 힘찬 도약을 해야 한다.

그리고 연말 분위기에 젖어 사랑하는 가족들과 우리 모든 이웃들과 즐기며 서로를 원하는 한 마음으로 밝은 새해 아침을 힘차게 맞이하자.

권병국(픽포스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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