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유리 온상

2003-12-29 (월)
크게 작게
뉴욕 한인들이 미 주류사회에 미치는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이 높아짐에 따라 주류언론사들의 한인사회에 대한 관심도 자연히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뉴욕한국일보에 보도된 주요 기사를 매주 영문으로 번역, 제공받고 있으며 뉴욕뉴스데이도 뉴욕한국일보 기사를 수시로 번역해 참고하고 있다. 따라서 주류사회가 관심가질만한 한인사회 소식이 뉴욕한국일보에 보도되면 주류언론사 기자들로부터 정보교환 및 취재협조 요청이 수시로 들어온다.

이는 한인사회에서 발생하는 좋고 나쁜 일들이 이제 더 이상 ‘우리끼리만 아는 사실’이라는 차원을 넘어섰음을 의미한다.


즉 한인사회는 이제 ‘유리 온상’이 되어버렸다는 뜻이다.

연휴를 맞아 평소 가깝게 지내는 몇몇 주류언론사 기자들과 함께 한 술자리가 있었다.

기자들이 모이면 마치 서로 사전 약속이나 한 듯 대화가 취재와 관련된 토픽에서 시작해 같은 토픽으로 끝나곤 하는데 이날도 예외가 아니었다.

술이 몇 잔 돌자 한 기자가 느닷없이 “그 항공사와 여행사가 합의를 봤느냐?”고 물어왔다. 그러자 또 다른 기자는 “그래, 연방교통당국은 그 사건에 대해 관심이 없냐? 무슨 움직임은 포착했냐?”고 관심을 표시했다.

이들은 지난 22일자 한국일보 3면 구석에 보도된 아시아나 항공사와 티켓 대리 판매 한인여행사의 ‘항공권 판매사기 법정소송’ 기사를 이미 접하고 추가 내용을 질문해 온 것이다.

이들의 질문에서 이번 사례가 특정 항공사와 여행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발생했는지, 어떻게 이같은 문제가 1년이 넘도록 적발되지 않았는지, 연방당국의 검토가 필요한지 등 이미 다양한 각도에서 관심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은 특히 연휴를 전후해 9.11처럼 항공기를 이용한 테러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과 아시아나와 특정 여행사의 문제를 연관시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즉 특정 여행사가 이미 비행기를 타고 여행한 승객들의 티켓에 대해 1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상습적으로 환불을 신청, 받아갔다는 항공사의 주장을 단순한 회계장부 관리상 문제가 아닌 국제선 승객 정보에 대한 보안 문제로까지 확대한 것이다.

또 티켓을 구입하고 여행한 고객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여행하지 않은 사람으로 둔갑한 ‘신분도용’ 사례로도 접근해보기도 했다.

이제 한인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안은 ‘유리 온상’ 밖의 사람들이 언제나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신용일(취재부 부장대우)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