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본국사회, 지역갈등 끝내야 한다

2003-12-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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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국 사회가 안고있는 가장 큰 문제 중에는 혈연 공동체로 얽힌 인간관계가 물질과 권력에 밀착되면서 개인과 사회 모두가 이기주의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경우, 혈연이나 학연, 동향의 관계 설정은 세계 어느 민족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경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정서다. 이런 인간관계는 어려웠던 시절 서로 돕고 살아야만 했던 슬픈 역사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십시일반(十匙一般)으로 배고픔을 겪는 이웃에게 식량을 나누며 품앗으로 마을 공동체를 가꾸었던 미풍양속은 급격한 산업화나 물질 만능에 오염되면서 서로 속이고 미워하는 비리 천국으로 변화되고 있는 사회가 조국의 현실이다.


끼리 끼리라는 말의 본뜻을 살펴보자.

이 말이 내포하는 의미는 우리가 남이가! 라는 혈연, 지연, 학연의 공동체적인 결속의 뜻을 의미하는 좋은 뜻도 되지만 반면에 우리끼리 부와 권
력을 독점해 나누어 먹자는 부패 가치의 낱말도 된다.

오늘 한국의 정당정치는 지역이란 특성 속에서 지역중심의 정치가 펼쳐지고 있다.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의 출신 배경도 지연과 혈연이란 기반 위에서 정치를 하다 보니 치국평천하란 넓은 의미의 정치는 사라지고 패거리 정치꾼들이 판을 치는 사회가 지금의 한국 정치다.

조선조 500년의 역사에서 사색 당쟁으로 나라가 어지러웠던 사례를 우리는 역사 속에서 배우고 있다.

성리학 중심의 유교사상이 왕권 통치를 떠받들고 노론과 소론의 갈등, 기호파와 영남파로 갈라진 이념의 싸움으로 나라가 왜구에게 짓밟혔던 역사의 치욕을 잊어서는 안된다.

5.16 후 한국정치의 변혁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은 지역 갈등의 심화였다.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특정지역 중심의 인물들이 권력 중심부에 둥지를 틀면서 지역간의 갈등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 한국의 정치는 한 마디로 가관을 넘어선 꼴불견이다.

정치의 정도를 알고 있는 양심있는 정치인이 몇 명이나 있는지를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분단된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영,호남간의 이기주의 갈등은 그칠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노무현씨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켜준 호남 사람들이 호남 소외론을 들고 일어나 야단을 쳐댈 때도 있다.

소외라는 말 뜻이 배려를 소홀히 한다는 뜻이라면 어디 소외받는 지역이 호남사람 뿐이었나를 당당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정치풍토에서 패거리 정치문화를 심어놓은 장본인들이 누구인지를 따져보자.

세칭 3김이란 사람들이 패거리 정치문화를 심어놓은 장본인들이라는데는 아무도 부정치 못한다.

그들 3김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존경받아야 할 지도자의 상 보다는 일신의 명예와 영달을 위해 지역을 갈라놓고 온갖 정치 패거리들을 수하에 거느리고 국무총리와 대통령이란 권력 정상을 탈환하고 부와 명예를 함께 누린 사람들로 평하고 있다.

고질적인 지역간의 갈등이나 대립은 이젠 역사 속에서 끝맺음을 해야 할 때다.

지역갈등을 불러 일으킨 3김 시대는 초라하게 사라져가고 있다. 더 이상 그들에 대한 연민의 정을 가져서는 안된다.

지금 본국의 정치는 극도로 혼란스럽다.

남북이 총부리를 맞대고 있는 분단 상황에서 보수와 혁신, 반미와 친미로 국론이 분열된 가운데 썩은 정치인들은 자기 이익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북핵이나 친미, 반미 보다 무서운 적은 국론 분열이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은 또 다른 재앙을 불러들이는 원인이 됨을 알아야 한다.
본국의 지역갈등, 이제는 끝내야 한다.


홍순영(보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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