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중언어 서비스, 이젠 우리가 나서야

2003-12-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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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사회복지법 개정(Welfare reform) 이후 이민자 커뮤니티의 사회안정망(Safety net)이 심각하게 위협 받으면서 의료서비스 역시 큰 위협을 받게 되었다. 의료보험을 비롯한 각종 복지 프로그램에 대한 자격 상실은 막대한 숫자의 비보험자로 이어졌다.

Public charge나 이민국에 신고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심지어 신청 자격이 있는 이민자와 그 자녀들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이용마저 주저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하에 언어문제는 많은 이민자들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게 하는 또 하나의 큰 장애이다.


의료관련 프로그램과 서비스 이용에 있어 비영어권 소수민족의 이용률이 저조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언어장벽이라는 데 의견을 달리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의료분야에서 정확한 의사소통은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고, 환자(혹은 이용자)의 권리를 이해하고 개인 신상을 보호함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중언어 직원, 통역, 번역 등의 언어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만이 이러한 문제를 줄이고 이용률과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언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추가 비용이 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실제로 비용 면에서 효율적인 대안이다.

뉴욕시의 경우 거주자의 1/4이 영어 구사에 어려움이 있으며 47%가 집에서 모국어를 사용하고, 66%가 이민자 가정이다. 이처럼 비영어권 이민자가 늘어감에 따라 의료 및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대한 언어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도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민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모르거나 심지어는 이를 외면한 채 언어로 인한 어려움은 이민자들이 마땅히 겪어야 할 대가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실제로 미국에서는 연방 법, 주 법, 시 법 모두 비영어권 이민자들이 의료시설이나 복지시설을 이용함에 있어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과 동등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언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법률로 명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1964년 제정된 민권법 6항에 의하면 연방정부의 재정보조를 받아 운영하는 프로그램 및 기관이 인종, 피부색, 출신국적에 의거하여 차별받는 것을 법으로 금지한다.

이러한 대 전제 하에 연방정부의 재정보조를 받아 운영하는 프로그램 및 기관은 비영어권 이민자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노력해야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뉴욕주는 병원관련법에 의해 해당지역에 거주하는 인구 중 1%가 영어에 어려움을 겪는 언어권의 사람이라면 통역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뉴욕시의 경우 보건법에 의거하면 뉴욕시의 모든 병원은 해당지역 주민의 10%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로 응급실 서비스에 대해 통역을 제공할 것을 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법들은 문서로만 명시되어 있을 뿐 일선에선 시행되지 않고 있다.


최근 이민자들의 언어 권리와 관련, 좋은 소식이 있다. 며칠 전 뉴욕시에는 의료 및 복지기관에서 언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 ‘Intro 38A;The Equal Access to Health and Human Service)가 시장의 승인을 얻어 통과되었다. 예산 거부를 이유로 마지막 순간까지 거부 의사를 보였었던 뉴욕시장의 승인을 얻기까지 대부분의 시의원은 물론이고 여러 한인단체를 비롯한 이민자 권익옹호단체, 언어소통의 어려움을 용기있게 호소한 이민자들의 크고 작은 노력들이 이뤄낸 성과이며 모든 이민자 커뮤니티의 승리이다.

하지만 법이 통과 되었다고 해서 마냥 즐거워 할 일만은 아니다. 앞의 예에서 보았듯이 많은 법들이 현실적인 문제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번에 통과된 법이 실제로 정착되려면 우리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이 법의 실행 여부는 바로 우리의 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김성호(KCS 공공보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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