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간관계

2003-12-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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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혼자서 못살 것은 없지만 아마도 인간은 집단을 이루어서 살아야 인간문명이 진보한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인간 관계처럼 쉽고도 어려운 것이 또 있을까. 부부 사이, 자식 사이, 이웃 사이, 친구 사이, 사회 구성원과의 사이.

인간관계가 우리에게 미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인간과의 사이가 좋은 사람은 우선 행복하다. 행복한 사람은 건강하고 성공한다. 꼭 세속적인 성공이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가 인간관계가 ‘원만’해지기를 바란다. 그것이 살아가는데 편하고 좋기도 하지만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진실’이다. 인간을 진실로 대하고 상대의 인격을 존중하며 상대에게 진지한 관심을 보이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일, 그것이 인간관계의 기본이 아닌가 싶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악인인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나쁜 사람은 어쩔 수 없다. 고쳐지지도 않는다. 악인은 악으로 대해야 악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악은 잊어버려야 한다. 욕을 하면 내가 더 힘들어지니까 그냥 있는거다. 내겐 그것이 조그만 생활의 지혜이다. 신앙인이 아니어서 이것밖에 안된다.

얼마 전,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소환 선거(탄핵선거)’라는 게 있었다. 당시의 주지사는 모든 면에서 최소 평균 이상은 되었다고 한다. 탄핵선거 같은 것은 있을 수도 없었다고 한다. 다만 그 사람이 대중과 잘 어울리지 않고 독야청청하며 어디에서건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짐이 없이 행동했다고 한다.

그것이 좋은 일이지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그런데 주민들간에 “자기가 뭐 그리 잘났다고” 하는 감정이 터지면서 종국에는 치욕스런 탄핵선거가 이루어지고 결국 지사 자리를 물러나는 결과가 이루어졌다. 인간이 무엇인지 생각케 하는 일이다.

인간을 진실로 대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지만 계속 훈련을 하다보면 나아진다. 그 단계에 도달하면 참으로 마음이 편해진다. 그리고 인간이 ‘보인다’.내겐 돈이 있든 없든, 사회적 지위가 어떻고, 여성의 경우 예쁘든 박색이든 전연 상관이 없다. 대통령이건 거지건 똑같다. 오히려 거지쪽이 더 많은 점수를 받는다. 그 이유는 거지는 내가 모르는 삶의 진실을 더 많이 알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여럿 있지만 그 중 하나는 감옥에 가보는 일이고, 또 하나는 거지가 되어보는 일이다. 그러나 할 수가 없다. 죄를 만들어서 지을 수가 없고, 또 거지가 된다는 것은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들이 반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리 하고자 하는 이유는 인간을 더 깊게 알고 싶고, 나 자신이 무엇인가를 깨닳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내
가 살아가는 뜻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은 인간관계를 어찌 보고 있을까. 그 단면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래에 소개하는 글은 필자가 감명깊게 읽었던 글로 1997년 10월 18일 뉴욕 뉴스데이에 난 글이다.

<친애하는 애버씨(인생 상담으로 유명한 사람), 저는 40년간 법정의 변호사 및 상담자 또 1,000건이 넘는 사건의 조정자로 일해 오면서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귀하의 독자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상대의 의견을 정면으로 반박하지 않으면서도 상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지혜를 배우세요.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는 것은 좋지만 상대를 공격하거나 매도하지는 마세요 ▲상대가 귀하에게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탄적이지 마세요 ▲남을 만날 때 눈을 마주치고 악수하세요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공손히 대하세요 ▲정중하다는 것은 강하다는 것을 나타낼 지언정 나약한 것은 아닙니다 ▲부드럽게 말하세요(사람들은 크게 말하고 성난 목소리로 얘기하곤 하지요).▲상대에게 체면을 구기지 않고 물러설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귀하의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귀하의 재능 보다 더 중요합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상호 충돌을 방지하는 지름
길입니다 ▲두 사람 사이의 가장 가까운 거리는 미소입니다.달라스에서 피터 찬틸리스가>

김륭웅(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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