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한인업계 경쟁력 강화해야

2003-12-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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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미국경제의 각종 지표가 개선되어 장기간 계속된 불황이 호황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올 연말시즌의 매출액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형 백화점을 비롯한 미국의 소매업계는 금년 연말의 매출액이 전년도 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한인업계는 12월의 절반이 지난 지금까지 연말을 실감할 수 없을 만큼 경기가 부진하다고 한다. 일부 업자들은 이번 연말경기가 최악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미국 경기가 풀려도 한인경기가 그 회복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까.

그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한인업계의 경쟁력이 약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대부분의 한인업소들은 한인고객만 상대하는 폐쇄적 마켓에서 독특한 가격을 형성하여 비즈니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업소에 비해 가격이 비싼 경우가 많고 특히 영어 소통이 어려운 한인 고객을 상대하는 전문직 서비스 업종에서는 미국 업소와 가격 차이가 더욱 크게 나타
나고 있다.


한인을 대상으로 하는 마켓은 규모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한인업계의 성장을 위해서는 미국인을 고객으로 끌어들어야 하는데 이같은 가격경쟁력으로는 시장을 확대할 수 없다. 그리고 오히려 한인들마저도 가격이 싼 외국인 업계에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하여 한인경기의 부진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인업계와는 반대로 중국업계는 박리다매 정책으로 가격을 낮추어 중국계 뿐만 아니라 한인 등 많은 외국인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같은 업종에서 한인업소와 중국업소의 가격을 비교해 본다면 누구나 중국업소가 가격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업계는 시장을 확대하여 매출을 늘리고 이윤을 극대화하고 있다.

한인업계가 가격경쟁력을 갖지 못하는데는 불가피한 이유도 있다. 미국업체들은 대자본을 바탕으로 대형화, 전문화 추세로 가고 있는 반면 한인업소는 영세 규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격을 낮추지 못하는 큰 원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인업계도 소매업계의 대형화 추세에 맞게 대형 업소로 전환해야 하며 또 최근 일부 한인식당의 경우처럼 특수한 품
목으로 외국인 고객을 끌어들이는 전문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한인업계의 경쟁력은 가격뿐 아니라 고품질의 제품과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달성할 수도 있다. 지금처럼 한인업소들이 미국업소나 타민족 업소에 비해 경쟁력이 뒤진다면 미국경기가 회복된다고 해도 한인업계는 경기부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한인업계는 이제 발상을 전환, 경쟁력 제고에 나서야 한다. 미국경제의 회복을 앞두고 한인업계는 앞으로 모처럼 다가오는 호기를 놓치지 않도록 각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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