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술을 빨리 깨는 비방?’

2003-12-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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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들 가운데 음주운전을 한 후 아찔했던 기억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아침에 눈을 떠보면 어떻게 집에 왔는지 기억을 못할 정도로 필름이 끊긴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대부분의 애주가들은 어떻게 운전을 하고 왔는지, 차를 어디에 주차했는지 조차도 기억 못할 때는 다시는 음주운전을 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그러나 생각뿐이지 아찔했던 음주운전을 무용담처럼 떠벌리고 또 다시 취중 운전을 습관적으로 하곤 한다.

그래서일까 연말 술자리 대화의 단골 메뉴는 ‘술을 빨리 깨는 비방’이 단연 으뜸이다. 그러다 보니 갖가지 비방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애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뜬소문을 믿다가는 낭패보기 일쑤다. 아직까지 단숨에 술을 깨는 비방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게 되면 알코올이 체내 소화기관의 점막을 통해 혈액으로 들어오고, 핏속에 들어 온 알코올은 몸 속에 있는 효소작용으로 간에서 물과 탄산가스로 분해되어 몸밖으로 나와야만 그 효능이 없어진다. 이 경우에 마신 술의 종류와 양에 따라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단숨에 술을 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흔히 술을 마신 다음 운전하기 전에 껌을 씹거나 초콜릿이나 사탕을 애용하는 애주가들이 있다. 김이나 땅콩버터를 먹거나 우유나 생수를 마시는 이들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은 단지 입에서 나는 술 냄새를 일시적으로 없애줄 뿐이지 술이 깨는 것은 아니다.또 술을 깨기 위해 커피를 즐기는 이들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잘못된 습관이다. 커피에는 카페인이 들어 있어 술로 흐려진 판단력을 더욱 떨어뜨릴 뿐이다.

결국, 술에서 빨리 깨어나는 비방은 아직 없는 셈이다. 아예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 모를까. 숙취해소에는 ‘해장술과 사우나가 최고?’

애주가 가운데는 숙취해소에 관한 낭설을 진짜처럼 믿고 따르는 이들이 제법 있다. 흔히 말하는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 아침에 마시는 해장술이 숙취해소에 최고라는 말은 그야말로 낭설이다. 한번 술을 마시면 적어도 2~3일 정도는 술을 마시지 않아야 술로 찌들은 간세포를 정상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 따라서 매일 폭주를 하면 간 기능이 약해져 간장 병이 생길 위험성만 더욱 높아질 뿐이다.

술을 많이 마신 뒤에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하거나 사우나를 하는 것도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체온보다 높은 열을 가하는 것은 심한 탈수현상에 빠질 수 있고 간장에 오히려 더 큰 부담을 줄 뿐 아니라 혈중 알코올 농도가 너무 높은 상태에서 뜨거운 열을 가하면 혈액순환이 지나치게 빨라져 혈압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술자리가 잦아지는 연말이다. 송년모임으로 이곳저곳에서 술판이 벌어지고 있다. 때를 맞춰 단속도 심해졌다. 음주운전은 간접살인행위이자 계획된 범죄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음주운전이 자살행위로 인식되었지만 이제는 살인행위로 치부되고 있다. 때문에 애주가들의 음주문화도 많이 달라졌다. 요즘에는 술을 마시면 대리 운전하는 이들이 늘었다.


술 약속이 있는 날이면 아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애주가도 많아졌다. 하지만 당연히 나쁜 줄 알면서도 음주운전을 하는 이들 역시 여전하다. 연말이면 으레 음주단속에 걸려 차를 뺏겨 후회하거나 음주운전 사고로 생명에 위협을 당하는 이들이 꼭 생겨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술을 마시면 주의력이 산만해지고 상황판단이 둔화될 뿐만 아니라 특히 시력이 감퇴되어 위험물을 발견해도 반응 동작이 둔해지므로 사고를 일으키게 된다.음주운전은 예약된 사고와 다름없다. 음주운전은 패망의 지름길이다. 그리고 음주운전은 자신의 일생을 망치는 선을 넘어 죄 없는 타인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안겨다 줄 수 있다.

술자리가 잦아드는 연말. 피할 수 없는 술자리라면 ‘술을 빨리 깨는 비법’은 없다는 사실을 가슴속 깊이 새기고, 술 마신 뒤 운전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겠다.

연창흠 <편집위원> chye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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