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치명적 여인’(Femme Fatale) ★★★★

2003-01-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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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여인이 펼치는
좌충우돌 섹시 스릴러

야할 만큼 스타일 화려하고 섹시한 스릴러로 제목은 필름 느와르의 남자 잡는 여주인공을 말한다. 첫 장면에 나오는 흑백영화 ‘이중 배상’의 속속들이 사악한 여주인공 바브라 스탠윅은 ‘치명적 여인’의 여주인공 로르의 선배격.

영화를 쓰고 감독한 사람은 히치콕의 아류인 브라이언 드 팔마. 그의 영화는 독창적이라기보다 과거 여러 영화의 이 부분 저 부분을 빌려와 합성한 듯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파리서 찍은 이 영화는 드 팔마가 필름 느와르와 히치콕을 경배해 만든 것으로 특히 봐에리즘(엿보기)을 즐겨 히치콕의 ‘이창’을 생각나게 한다.




시각 스타일이 요란한 드 팔마는 여기서도 여러 각도에서 상하좌우로 카메라를 부단히 회전하고 움직이며 또 화면을 둘로 자르는 등 테크닉을 한껏 구사한다. 그리고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은 ‘볼레로’와 히치콕 영화의 단골 작곡가 버나드 허만의 것을 연상시킨다.

칸 영화제가 열리는 극장 안 화장실에서 장시간 벌어지는 금발 로르(레베카 로메인-스테이모스)의 다이아몬드 절취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이 희롱하는 듯한 시퀀스는 정말 대담무쌍하다.

그리고 로르는 공범을 배신하고 다이아몬드를 독식한 채 사라진다.
7년 후 로르는 릴리라는 이름으로 주불 미대사 와츠(피터 카이요티)의 아내가 되어 파리를 다시 찾는다. 그런데 한사코 사진촬영을 거부하는 릴리의 얼굴이 한물간 파파라치 니콜라스(안토니오 반데라스)에 의해 찍혀 태블로이드에 팔리면서 릴리는 과거 공범의 추적을 받는다.

다시 한번 변신해야 할 입장이 된 릴리는 긴 다리와 늘씬하고 뇌쇄적인 육체를 사용, 봉 같은 니콜라스를 유인해 자작 납치극을 꾸민다. 그런데 과연 여기까지의 얘기는 사실인가 아니면 환상인가. 2중 3중의 복잡한 플롯을 지닌 내용과 스타일면(천둥번개가 치고 비까지 내린다)에서 장난을 다소 심하게 치고 있다.

또 로메인-스테이모스와 반데라스의 관계는 정열적이라기보다 순전히 육체적인 것으로 드 팔마는 여기서도 여자를 물건 취급한다. 허세를 부리고 있지만 선정적이요 도발적이며 스릴 있는 오락영화.

R. W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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