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보수진영에서는 현 정부의 ‘평화공존·공동번영’ 기조를 두고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 맞물려 한반도의 영구분단을 고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한반도 미래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만큼 경청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평화공존 정책을 곧바로 ‘분단 고착’으로 규정하는 것은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해석이다.
최근 뉴욕 Columbia University에서 열린 2026한미 평화통일 포럼에서도 이러한 논쟁에 중요한 시사점이 제시되었다. 특히 워싱턴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 Frank Aum은 한반도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려 하기보다 긴장을 관리하고 점진적으로 신뢰를 구축해 나가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이러한 시각은 우리가 현재 직면한 논쟁에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다. 즉, 이재명 정부의 통일정책인 평화공존은 통일을 포기하는 선택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가능한 경로를 선택하는 전략이라는 점이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분명 경계해야 할 흐름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다시 대결 일변도의 접근으로 회귀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긴장을 고조시키고 갈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방향과 목적이다. 북한의 두 국가론이 폐쇄와 고립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라면, 우리가 추진하는 평화공존, 공동번영은 개방과 협력, 그리고 궁극적인 통합을 지향한다. 겉으로는 유사해 보일 수 있으나, 그 본질은 전혀 다르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민주평통워싱턴 협의회가 주관한 평화통일을 위한 사회적 대화는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정치적 성향과 배경을 가진 인사들이 서로의 입장을 경청하고, 차이를 인정하며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시도는 단순한 논의를 넘어 하나의 변화된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특히 진보와 보수 양측이 각자의 신념을 유지하면서도 상대의 문제의식을 존중하려는 태도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통일을 둘러싼 논쟁이 더 이상 ‘누가 옳은가’를 겨루는 장이 아니라, ‘어떻게 함께 갈 것인가’를 모색하는 과정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평화통일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노력 자체가 통합을 향한 가장 큰 발걸음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노력은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신뢰는 축적을 통해 형성되며, 통일 역시 그 신뢰 위에서만 가능하다.
Frank Aum의 지적처럼 한반도의 평화는 단번의 결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급한 결론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접근이다.
평화는 이상이 아니라 통일을 향한 전략이다. 평화공존을 분단의 고착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통일로 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것인지는 우리의 인식과 실천에 달려 있다.
대결은 갈등을 심화시키지만, 대화는 가능성을 만든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이미 우리의 사회적 대화 속에서 조용히 자라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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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워싱턴협의회 회장>